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 이형택(31·삼성증권)은 27일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인 한솔코리아오픈이 열린 서울 올림픽코트를 찾았다.
추석 연휴 기간 한국 남자 테니스를 20년 만에 데이비스컵 월드그룹 16강으로 이끈 그는 주위의 축하를 받느라 바빴다.
같은 시간 코트에서는 ‘이방인의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출전한 한국 선수 3명이 단식 1회전에서 모두 탈락하면서 이날부터 시작된 2회전은 모두 외국인 선수로만 채워져서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 대회 단식은 출전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 한국 선수가 2회전에 오른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한국 남자 테니스는 이형택의 ‘원맨쇼’에 의존하며 명맥을 이어가는 반면 여자 테니스는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2003년 세계 45위까지 올라갔던 조윤정(삼성증권)이 주춤하면서 현재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 랭킹 선수는 세계 273위의 이예라(한솔제지). 한국과 비슷한 신체조건인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100위 안에 3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태국도 1명이 있다.
게다가 앞날마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반면 중국과 일본 태국 등 경쟁국들은 체계적인 지원을 받은 유망주들의 성장세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아시아 최강으로 군림했던 한국 여자 테니스를 되살리기 위해선 꿈나무 발굴이 시급한 과제다. 그들에게 세계를 향한 꿈을 심어 줄 수 있는 환경 제공이 절실하다. 외국인 코치 영입, 테니스 아카데미 운영, 프로화 도입 등이 실천에 옮겨져야 할 때다. 또 해외 스타에 열광하는 국내 팬들은 한국의 어린 선수들에게도 격려와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