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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서 살아남고… 하버드大 졸업했다더니…의혹만 남은 ‘미국판 신정아’

입력 | 2007-09-29 03:03:00

9·11테러 생존 경험담을 거짓으로 꾸몄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타냐 헤드 씨(왼쪽)가 한 행사장에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미국의 9·11테러 때 살아남은 한 생존자의 극적인 이야기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의 주인공은 타냐 헤드 씨. 세계무역센터(WTC) 생존자 네트워크 회장이자 WTC 추모 방문자센터 자원봉사자로 활동해 온 그는 생사를 넘나든 경험담으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그녀가 밝힌 행적이 의혹투성이라고 27일 보도했다.

헤드 씨는 사태 당일 쌍둥이빌딩 남쪽 건물에 있다가 구조됐으나 북쪽 건물에 있던 약혼자 데이브 씨는 사망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사망자 명단에 들어 있는 데이브 씨 가족은 ‘타냐 헤드’라는 이름을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헤드 씨가 약혼자를 기리기 위해 설립했다던 ‘데이브 어린이기금’도 등록된 적이 없는 재단 이름이었다.

헤드 씨가 근무했다고 주장한 메릴린치앤드컴퍼니도 그녀를 고용한 적이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 밖에 △대피 도중 죽어가던 남자에게서 결혼반지를 건네받아 그의 부인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 않았고 △구조 후 어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으며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졸업이라는 학력도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헤드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혹과 관련한 즉답을 피한 채 “정부의 희생자 보상금을 받거나 불법적인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만 말했다.

헤드 씨는 회장을 맡았던 WTC 생존자 네트워크에서 최근 제명당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