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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종9금? 卞씨 8번째 소환

입력 | 2007-09-29 03:19:00

검찰에 불려가고…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지검에서 8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집에 못들어가고… 28일 퇴원한 신정아 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 돌아왔지만 출입문이 통째로 바뀌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한상준 기자


‘신정아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본부는 28일 변양균(58) 전 대통령정책실장을 소환해 7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16일 첫 소환 조사 이후 벌써 8번째다.

신정아(35·여) 씨는 이날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결국 신 씨와 달리 아직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변 전 실장은 7차례 조사를 받은 신 씨보다 검찰에 더 자주 나온 셈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할 때까지 앞으로 변 전 실장을 몇 차례 더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직을 지낸 주요 피의자를 구속 혹은 기소하기 전에 불렀다가 돌려보내기를 이렇게 많이 되풀이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검찰 주변에선 변 전 실장의 처지를 고사성어 ‘칠종칠금(七縱七擒·7번 잡았다가 7번 풀어줌)’에 빗대 ‘8종 9금’ ‘9종 10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변 전 실장이 수사의 최종 목표”=검찰 안팎에서는 변 전 실장에 대한 잇따른 소환을 수사의 타깃이 신 씨에게서 변 전 실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초 신 씨는 변 전 실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디딤돌이었지 수사의 최종 타깃은 아니었다는 얘기도 있다. 또 물증을 제시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신 씨에 대한 추가 조사에 더는 매달리기 어려워졌다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다음 주말쯤 변 전 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 신 씨가 학예실장으로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에 10여 개 기업체가 9억7000만여 원을 후원할 당시 변 전 실장의 압력행사 여부를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성곡미술관 내 박문순 관장의 거주지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신 씨를 동국대 교수로 채용할 당시 변 전 실장이 대학 측에 예산지원이나 대기업의 기부금 모금을 약속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국대 재무회계팀 및 재단 사무실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동국대 재단 이사장인 영배 스님의 수첩에 올 3월 말∼4월 초 ‘변 전 실장과 삼성펀드 협조요망’, ‘신 씨와 펀드문제 논의’라는 메모가 적힌 사실을 확인하고, 영배 스님이 신 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무마하는 대가로 변 전 실장 등이 삼성 측의 대학기부금 지원을 약속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변 전 실장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삼성 측이 지원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신 씨는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18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서울 강동구 강동가톨릭병원에 입원했던 신 씨는 열흘 만인 이날 오후 퇴원했다.

신 씨는 변 전 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때와 청와대 재직 시절 자주 들른 서울 종로구 내수동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에 당분간 머물기로 했다.

신 씨는 퇴원 직후 오피스텔에 들어가려고 했으나 검찰이 압수수색 이후 출입문을 통째로 교체하는 바람에 3, 4시간 동안 변호인인 박종록 변호사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변 전 실장, ‘맨투맨 청탁’의 사연 있나=변 전 실장이 △동국대 교수 임용 △허위 학력 무마 △기업체 후원 등 신 씨가 청탁할 때마다 당사자들을 직접 만난 배경 등도 갖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변 전 실장이 신 씨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거액을 물겠다는 각서까지 썼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장관이던 2005년 5월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홍기삼 당시 동국대 총장을 만나 “신 씨를 교수로 채용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대학의 예산 지원을 그 대가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곡미술관의 대기업 후원 당시에는 고교 동문인 기업체 임원을, 올해 7월에는 신 씨의 가짜 학위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장윤 스님을 직접 만났다.

재경지검의 중견 간부는 “(신 씨가 변 전 실장에게) 세게 청탁했고, (변 전 실장이) 세게 움직였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