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제품을 만들던 로봇이 가정에서 가사를 대신하고 사무실과 공공장소에서 도우미 역할을 맡으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고령화 사회로 넘어가면 로봇이 간호사나 간병인을 대신하면서 로봇산업이 자동차산업의 매출을 능가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미국과 일본 같은 주요 선진국이나 세계적인 기업은 지능로봇 개발에 적극적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로봇산업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지난 1년간 청소로봇 시장이 약진하고 유아 교육 로봇시장이 태동하고 로봇랜드 조성사업이 과열 양상을 보일 정도로 로봇산업의 활성화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얼마 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로봇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정부가 로봇 분야의 연구 활동과 산업을 통제하겠다는 측면을 강하게 드러낸다.
먼저 새로 설립될 로봇산업위원회,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로봇전문연구원은 이제 막 태동하는 로봇산업의 규모에 비춰볼 때 과대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업무의 중복과 혼선으로 관련 산업 종사자나 연구자가 기존 기관과 마찰을 빚거나 업무를 재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을 것이다.
로봇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서비스 로봇은 사람을 상대하는 만큼 수요자 요구나 용도를 반영한 상향식 발전안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는 여러 행정기관과 산업진흥기관, 연구소가 이와 관련된 정책과 연구를 내놓았다.
기관을 새로 설립하기보다 기존 기관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지원과 조정을 해 주면 더 효율적이다. 중앙집중형 정책 수립과 사업 관리는 다양성과 시의성이 핵심인 지능로봇 산업을 경직시키는 요인이 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의 어느 한 부처가 기술 개발과 품질 인증, 산업화 지원을 단독으로 관리하도록 규정한 것은 관련 종사자에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로봇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건설교통부, 국방부 등 여러 부처가 큰 목표를 위해 공조하면서 자율성을 갖고 전문성에 따라 업무를 나누는 방안이 현실적으로 맞는다.
로봇랜드 조성사업도 당장 정치적으로는 인기가 있지만 산업적 관점에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로봇랜드에 들어설 체험장이나 놀이용 시설에 담길 로봇이 과연 실용적인 서비스 로봇의 역할 모델이 되어 시장 창출의 견인차가 될지 미지수다. 수요자의 기대치를 때맞춰 만족시킬 다양한 기술력이 확보될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로봇랜드가 수익에 급급해 흥미 위주 시설에 오락로봇이나 전시 위주의 로봇을 도입하는 정도로 그친다면 굳이 정부가 법으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 로봇산업 촉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봇산업의 활성화에 촉진제가 되기 위한 사업이라면 기술적 타당성과 주변 여건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의견을 물어야 한다.
이제는 로봇을 새로 만들어 사람을 잠시 놀라게 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로봇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는 사람을 만족시킬 로봇을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지능 로봇 프로젝트가 한국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정된 지 4년이 흘렀다. 이제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로봇 연구자들은 그저 믿음을 갖고 성실하게 목표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 매진할 뿐이다. 정부도 이 분야 종사자가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변증남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전 한국로봇공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