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미얀마 승려와 시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대한 정부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바르셀로나=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가 정부의 강력한 진압으로 급속히 수그러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얀마에 도착한 이브라힘 감바리 유엔 특사는 군정 지도자들을 만나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한 데 이어 30일에는 양곤에서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나 사태의 평화적인 해결책을 논의했다. AP통신은 감바리 특사가 시내 영빈관에서 수치 여사와 9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은 군정이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유화 제스처 차원에서 허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정치 전문가는 AFP통신에 “군정이 두 사람의 만남을 허용한 것은 국제사회의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인 양곤에선 30일 수백 명 규모의 시위대가 산발적 시위를 벌였을 뿐 거리는 군경에 완전히 통제됐다. 소규모 시위도 곧바로 강제 해산됐다.
외신들은 이에 따라 이번 민주화 시위도 아무런 결실 없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군경 병력은 양곤 시내 주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시위대의 거리 진출을 막았다. 특히 시위를 주도한 승려들이 있는 사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사원 문을 밖에서 막고 중무장한 채 입구를 지켰다.
시위 가담자 체포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됐다. 군인들은 행인의 가방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으며 카메라가 발견되면 무조건 연행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체포자가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으며 수감 시설이 부족해 대학 건물에도 사람들을 가두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AFP통신은 일부 시위대가 진압을 피해 즉시 달아날 수 있도록 도주로가 많은 새로운 시위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DPA통신은 시위가 확산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시위 취재 도중 진압군의 총격으로 숨진 나가이 겐지 기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에 책임자 처벌과 보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