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싼 임금을 기대하고 앞 다퉈 중국으로 진출한 한국 조선업체들이 ‘기대만큼 높지 않은 노동생산성’으로 고민하고 있다.
조선은 자동차나 정보기술(IT) 산업과는 달리 작업 현장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가 생산성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산업이다.
최근 중국 내에서도 조선소가 잇달아 생겨나면서 경력직을 구하기 힘들어지자, 생산성을 단기간에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국 인력 생산성, 한국의 30%에도 못 미쳐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중국 조선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은 한국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진출한 조선업체 A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 근로자들의 평균 생산성이 한국 근로자의 25∼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중국은 평균임금이 한국의 10∼15%에 불과하지만 생산성은 기대 수준만큼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선 인력은 제몫을 하기까지 약 5년이 걸리는데, 문화와 언어가 달라 생산성을 끌어올리기가 여의치 않다”며 “특히 최근 중국에서도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조선 관련 유경험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중국 조선 인력의 생산성이 높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노동과 작업의 표준화가 힘든 조선 산업의 특성도 있다.
IT나 자동차산업처럼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최신 설비와 기술이 생산성을 좌우하는 요소이지만 조선업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축적한 기술(learning by doing)’이 생산성의 요체로 꼽힌다.
중국경제 전문가인 은종학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여타 산업의 경우 초보 근로자라고 해도 한 달 정도 실습교육을 받으면 실전 투입이 가능하지만 종합중공업인 조선업은 현장에서의 의사소통과 판단이 중요해 초기 생산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생산성 높이기 위해 안간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최근 중국에 진출한 조선업체들은 중국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국의 기술 인력을 중국에 파견해 정기적인 기술교육을 하는 것은 물론 두둑한 금전적 보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중국 근로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중국 노동자들도 최근 이직이 잦아지면서 경제적 혜택 외에 ‘플러스 α’가 필요해졌다”면서 “중국 기술자들에게는 한국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가 큰 영예이기 때문에 연수 기회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의 다른 관계자는 “중국 근로자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일은 잘하는 편이지만 주변의 상황을 참고해서 스스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량교육 못지않게 정신교육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말 중국 다롄(大連)에 조선소를 가동할 예정인 STX조선 정준표 전무는 “중국 현지의 노동생산성을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면서 “현재 공장 건설 단계이지만 이미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구체적인 교육 계획을 세워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