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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총선승리위해 당 이끌겠다”…대통령에서 총리로 가나

입력 | 2007-10-02 15:30: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차기 정권에서 대통령이 아닌 총리로서 옷을 갈아입을 지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1일 열린 친(親)크렘린 성향의 `통합러시아당' 8차 당 대회에 참석해 오는 12월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깜짝 발언을 해 러시아 정가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두마에 나를 위한 한 자리가 주어진다면 나는 총선을 위해 통합러시아당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3선 연임 제한으로 내년 3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그가 선거 후 총리로서 다음 정부를 이끌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날 발언은 대선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분석가들 사이에서는 한때 푸틴 대통령이 일부러 차기 대통령은 유약하지만 충실한 후계자를 선택해 총리와 같은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러시아를 계속 통치할 것 같다던가 혹은 총리는 아니더라도 정부기관 요직이나 국영기업을 이끌다가 2012년 대선에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추측이 나돌았다.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퇴임 후 상당한 정치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만 말했었지만 직접 어떤 자리를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통합러시아당을 이끌어 달라는 제안을 고맙게 받아들이지만 정부를 이끄는 것에 관해서라면 상당히 현실적인 제안임에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어느 정도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통합러시아당'의 총선 승리와 자신과 함께 일할 대통령이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능력있고, 현실 감각이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하지만 현재 통합러시아당이 지지율이 50%를 넘어서고 있고 푸틴 자신의 높은 인기와 크렘린이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내년 대선에서 그가 지명한 후계자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두 가지 조건은 이미 충족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정론이다.

일부에서는 푸틴의 이날 발언을 러시아 정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폭탄선언'으로 보고 있다.

정치 분석가인 그레브 파브로브스키는 "이번 선언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1990년대 초 미하일 고르바초츠 전 소련 지도자에 도전한 이래로 가장 급진적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발언은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떠났을 때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가장 논리적 답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켜 주긴 했지만 그의 뒤를 이를 국가 지도자의 역할 등에 대한 의문을 반대급부로 낳은 셈이다.

다음 정권에서 정말로 그가 총리가 된다면 차기 대통령의 권한 축소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중앙선관위원인 마이야 가리슈나는 "러시아 법에 현직 대통령이 입법기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막는 조항은 없다"면서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로서 그 직무를 계속하되 그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