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 현민들의 분노가 결실을 가져와 교과서 왜곡을 바로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쟁 말기 오키나와 전투에서 일본군이 주민에게 집단자결을 강제했다는 내용이 교과서 검정에서 삭제된 데 대해 지난달 29일 오키나와 현민 11만여 명이 '현민 항의대회'를 열고 분노를 폭발시키자 삭제된 내용을 복원하는 방안의 검토에 들어갔다.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관방장관은 1일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 현민들의 기분을 어떻게 받아들여 수정할 수 있을지, 관계자의 연구와 노력, 지혜가 있을 수 있다"며 문부과학성에 대응을 지시했다. 그는 지난달 28일까지도 "문부과학성이 매번 검정의견을 낼 때마다 흔들리면 검정제도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게 된다"며 "정치(계)쪽에서 의견을 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나타낸 바 있다.
도카이 기사부로(渡海紀三郞) 문부상도 이날 검정제도의 틀 속에서 가능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부성은 기존 검정내용은 유지하되 각 교과서 출판사가 정정신청을 해올 경우 이를 받아들이는 해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과서 출판사들도 정정신청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문부성은 앞서 올해 3월 내년도 고교교과서의 '집단자결' 관련 기술에서 '오키나와 전투의 실태를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일본군에 의한 명령' '강제'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는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이에 반발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심의회 전문가들의 판단에 행정이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부의 태도변화에는 무엇보다 현민의 분노가 크게 작용했지만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신임 총리의 '국민본위 정치' 자세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후쿠다 총리는 1일 밤 기자단에게 "이 문제는 문부성이 판단할 일이고 내가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교과서 검정에 대한 정치개입 논란을 경계하면서도 "오키나와 현민의 기분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키나와 현민 항의대회 주최자 중 한 사람은 "두터운 장벽이 무너지려 하는 중"이라며 "(수정을 언급한) 마치무라 장관 발언에는 총리의 생각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편 야당인 민주당도 1일 교과서 검정 규칙 수정이나 검정의견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빠른 시일 내에 참의원에 제출하기로 했다.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