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일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공식 환영식장에 영접을 나온 데 대해 사의를 표하자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내가 환자도 아닌데 집에서 뻗치고서 있을 필요 없지요”라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건강 악화설을 불식하고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보다 건강이 나빠 보인다는 남측 언론과 외신의 보도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김 위원장의 ‘작아진 목소리’를 볼 때 건강이 예전 같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1차 정상회담 때 16세가 많은 김대중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크고 활력이 넘친 목소리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 내내 김 위원장의 목소리는 1차 정상회담 때보다 확연히 작아지고, 목소리의 톤과 활력이 떨어졌다. TV 화면에서도 그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60대 중반(65세)으로 접어든 김 위원장의 노화현상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오랫동안 지병을 앓은 증거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개 65세 이상이 되면 본격적인 노화가 진행되면서 성대 근육이 약해져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성량과 톤이 줄어들고 당뇨병과 심장병 등을 오랫동안 앓아 건강이 나빠졌을 때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가 관련 장비로 TV에 나온 김 위원장의 목소리를 측정한 결과 목소리의 힘은 7년 전에 비해 46%, 말을 전달하는 명료성은 25%, 목소리의 감정표현 능력은 1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노화했거나 병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형태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원장은 “당뇨나 심장질환 약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신체 호르몬의 변화로 성대가 부어 탁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민 프라나 이비인후과 원장은 “요즘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70세가 넘어도 목소리 노화가 잘 오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김 위원장은 평소 당뇨와 심장병 등의 지병이 있기 때문에 목소리 노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