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남북은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으며 남북관계를 통일 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각자 법률 제도적 장치들을 정비해 나간다.》
북한의 대표적인 ‘내부문제’인 인권문제에 대해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지적해 왔고, 일각에선 이를 대북 지원과 연계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때마다 북한은 ‘주권 침해’라면서 기존 협력사업도 재검토하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인권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황을 반영하듯 이번 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비롯해 납북자와 국군 포로문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합의는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방북 며칠 전의 정례 브리핑에서 ‘아리랑’ 공연이 아동 인권 침해라는 지적에 대해 “인권문제는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북한 평양방송도 지난달 11일 “모든 나라에 똑같이 적용되는 인권 기준이란 있을 수 없다. 미국이 ‘인권 유린의 주범’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문제는 향후 남북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은 북한의 인권문제에 눈을 감기로 작정했다는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수 있고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달 18일 개막한 제62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위험한 수준이라는 ‘북한 인권보고서’가 제출된 바 있다.
한편 남북관계의 통일 지향적 발전을 위한 법률 제도적 장치의 정비는 국가보안법의 개폐에 대한 이면 보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남북관계 발전의 주요 장애물이라며 철폐를 요구했던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또다시 이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는 대남적화전략이 명시된 노동당 규약의 전면 수정 등 북한의 신뢰할 만한 조치가 선행된 뒤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