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손에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10·4 남북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아 들어올리고 있다. 평양=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한반도 정전(停戰)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직접 관련국’이란 3자인 경우 남북한과 미국, 4자일 경우 중국이 포함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를 마무리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성실하게 신고할 경우 2008년 판문점에서 종전선언식을 거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귀환 보고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방안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앞으로 지켜야 할 원칙으로 다시 한 번 확인했고 핵 폐기는 하는데 6자회담에서 우리(남북)가 같이 풀자, 그렇게 정리됐다”며 “북한 최고지도자가 핵 폐기 이행 의지를 밝힌 만큼 이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은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제안하면서 본인의 방문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미루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등은 국민의 기대만큼 성과를 못 거두었다”며 “해결하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경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전문과 8개 본항, 2개 별항으로 이뤄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선언’에 김 위원장과 함께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번 선언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지역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평화수역’화 △남북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신뢰 구축 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열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수시로 만나 현안들을 협의키로 했으며, 이번 정상선언의 구체적인 이행을 위해 다음 달 서울에서 남북 총리회담을 열기로 했다.
남북은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주와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착수 및 3통(통행 통신 통관) 보장 조치 조속 완비 △개성∼신의주 철도와 평양∼개성 고속도로 공동 이용을 위한 개보수 △백두산 관광을 위한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 및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공동성명과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원론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이번 정상선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5일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평양=공동취재단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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