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글뽀글. 어항에 설치된 기포발생기에서 나온 공기방울은 수면 가까이 올라오면 바로 터진다. 이때 공기방울에 들어 있던 산소가 물속에 녹아든다. 이 공기방울은 물고기가 숨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할 뿐 아니라 물을 정화하는 기능도 한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물 정화기능을 크게 강화한 첨단 공기방울을 만들어냈다. 색다르게 변신한 이 공기방울은 적조(赤潮) 제거나 탁수 정화에 활용할 수 있다.
○황토나 응집제는 가라앉으면 어패류 산란장 해쳐
수온 상승이나 환경오염 때문에 바닷물에 유기양분이 많아지면 조류(藻類)가 많이 번식해 바다의 색이 붉게 변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적조다. 조류가 물속의 산소를 계속 소모하면 물고기가 질식해 떼죽음을 당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보통 황토를 뿌린다. 황토 먼지는 적조를 일으키는 조류를 붙잡아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힌다.
홍수가 나면 강이나 호수는 주변 농지에서 떠내려 온 흙 때문에 흙탕물이 되곤 한다. 가벼운 흙 입자가 쉽게 가라앉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흙탕물을 정수하려면 화학물질(응집제)을 넣는다. 응집제는 흙 입자끼리 뭉치게 해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뭉친 흙과 응집제가 가라앉아 어패류의 산란장소를 덮어버리면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다. 적조와 뒤섞여 가라앉은 황토도 마찬가지다.
이에 과학자들은 조류나 흙처럼 작고 가벼워 제거하기 힘든 입자를 가라앉히는 대신 띄워서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작고 가벼운 공기방울의 부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불순물에 달라붙어 떠오를 때 떠내는 방식
강원 원주시 송전정수장을 비롯한 국내외 많은 정수장에서는 물에 대기압의 5배가 넘는 압력을 가한 다음 다시 감압하는 방법으로 공기방울을 발생시킨다. 공기방울이 불순물에 달라붙어 함께 떠오를 때 이를 떠내면 물이 깨끗해지는 것. 이렇게 만든 공기방울은 대부분 음(―)전하를 띤다. 지름은 3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내외다.
조류나 흙 입자도 음전하를 띠는 게 많다. 이 경우 공기방울과 반발을 일으켜 달라붙지 않는다. 또 지름이 10μm 이하인 조류는 너무 작아 공기방울에 잘 달라붙지 못한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한무영 교수팀은 공기방울의 전하와 크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기포발생기를 개발했다. 가느다란 노즐에 빠른 속도로 물을 흘려보내면 압력이 대기압보다 낮아지면서 지름이 15μm 내외인 공기방울이 발생한다. 연구팀은 여기에 양전하를 띤 금속(알루미늄·Al3+)을 소량 넣었다. 알루미늄을 공기방울에 얇게 코팅해 양전하를 띠게 하는 것이다.
한 교수는 “슈퍼컴퓨터로 계산한 결과 물속 불순물과 전하가 반대이고 크기는 비슷한 공기방울이 가장 잘 달라붙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포발생기는 제거할 불순물에 가장 잘 붙는 ‘맞춤형’ 공기방울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지름 15cm, 높이 80cm짜리 원통 용기에 흙탕물을 담고 기포발생기를 작동시켜 봤다. 그 결과 30초 만에 흙 입자가 95% 이상 제거됐다. 전기 소모량도 현재 정수장에서 쓰이는 기포발생장치의 14분의 1밖에 안 됐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 김충일 씨는 “기포발생기를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가 양전하를 띤 공기방울을 뿌려 주면 바닷물을 정수장에 끌어오거나 응집제를 넣지 않고도 적조나 흙탕물을 제거할 수 있다”며 “공기방울이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