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부터 대구와 경북 지역 대학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몰려들어 바야흐로 ‘글로벌 캠퍼스시대’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미 외국인 유학생이 500∼800명 선에 이르고 있다. 이는 지역 대학들이 신입생 감소에 대비하고 글로벌 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취업관리 등에 신경을 쏟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 대학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된 외국인 유학생들의 학교생활과 애환 등을 격주로 게재한다.》
“보기보다 어렵네요. 근데 춤추고 싶은 흥이 나요.”
2일 오후 경북 경산의 대구대 본관 뒤편 비호동산. 이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10여 명이 짬을 내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었다.
몽골 울란바토르 출신인 마그사르자브 울지치메그(23·여) 씨는 “몽골에도 장구 비슷한 악기가 있다”며 “고국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에 나온 장구를 한 번 두들겨 본 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울란바토르 오르혼대에서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다 교환학생으로 온 그는 “몽골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라며 “한국과 몽골의 관계가 점차 밀접해지는 데 대비해 진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대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은 총 15개국 650여 명. 1999년 4명에 비해 무려 160배나 증가했다. 2003년 이후 매년 200∼300명이 유학을 올 정도로 활발하다.
대학 측은 201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을 2000명까지 유치해 전체 재학생의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학생의 기숙사 생활을 위해 제2국제관도 12월 준공할 예정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학이 선호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 지방대의 외국인 유학생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입생 감소 현상에 대처하는 현실적 대안이기 때문이다.
대구대 권응상 국제교류처장은 4일 “수년 전만 해도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1차 목표였지만 이제 취업 등 유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중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리가 어느 정도 정착된 만큼 다양한 국적의 학생이 오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교류처 소속 직원은 한국어 및 원어민 강사를 포함해 60여 명. 기획처나 학생처 등 대학본부의 주요 부서에 비해 5배가량 많다.
유학생을 유치하거나 재학생의 교환학생 파견 등 대학의 국제 업무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학생들의 관심도 취업 쪽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대구대의 경우 2005년에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사례가 50%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27%, 올해는 10% 선으로 크게 줄었다. 대신 취업을 원하는 유학생은 점차 늘어나 올해는 90%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3월부터 한국어 과정에 다니고 있는 우크라이나 출신 김넬리(23·여) 씨는 졸업 후 통역사나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아버지가 고려인이고 식탁에 늘 김치가 있을 만큼 한국은 정서적으로 가깝다”며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한 한국에서 공부하면 수년 뒤 취업의 기회가 훨씬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유학생 200여 명은 대부분 취업했을 정도로 기업도 선호한다. 졸업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의 절반가량은 중국에 진출한 삼성과 LG, 포스코 등에 입사했다.
대구대에서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 150여 명은 올해 4월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 시 동창회를 결성해 후배들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탕레이(唐磊·23·정보통신공학부 1년) 유학생회 회장은 “유학생이 많고 국적도 다양해 이질감은 거의 느끼지 않는다”며 “유학생 사이에도 취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