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라슨(Don Larsen·78).
그는 아주 뛰어난 투수는 아니었다. 구위는 평범했고, 제구력도 들쭉날쭉했다.
195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967년 은퇴할 때까지 그는 무려 7개 팀을 전전했다. 통산 성적은 81승 91패에 평균 자책 3.78.
그러나 그는 100년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단 한 번밖에 없었던 대기록의 주인공이다. ‘월드시리즈’에서의 퍼펙트게임이 바로 그의 어깨에서 만들어졌다.
메이저리그의 정규 시즌과 월드시리즈를 합해 퍼펙트게임은 17번뿐이었다. 26년 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아직 한 번도 없었다.
1956년 10월 8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5차전.
양키스의 선발 투수로 등판한 라슨은 그 이전은 물론이고, 그 이후의 라슨과도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평소 제구가 좋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날은 마음먹은 대로 포수의 미트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라슨 자신도 “일생 동안 그날처럼 제구력이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타선으로 유명했던 다저스였지만 라슨의 송곳 같은 제구에는 별 도리가 없었다.
26타자를 연속으로 아웃시키고 맞은 9회초 2사 후. 타석에는 대타 전문 요원인 데일 미첼이 들어섰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라슨의 손을 떠난 빠른 직구가 포수 요기 베라의 미트로 들어가는 순간 베이브 피넬리 구심의 손이 번쩍 올라갔다. 전무후무한 월드시리즈 퍼펙트게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경기는 2시간 6분 만에 끝났고, 양키스는 2-0으로 승리했다. 퍼펙트게임 이튿날 현지 신문 ‘뉴욕 데일리 뉴스’의 칼럼 기사 리드는 다음과 같다. “불완전한(imperfect) 인간이 퍼펙트(perfect) 경기를 던졌다.”
양키스는 6차전에선 졌지만 최종 7차전에서 승리해 4승 3패로 다저스를 꺾고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최우수선수(MVP)는 물론 라슨의 차지였다.
요즘도 라슨은 ‘DL000’이라는 번호가 붙은 차를 몰고 다닌다. DL은 돈 라슨의 머리글자이고 뒷자리의 000은 ‘노히트’ ‘노런’ ‘노에러’를 각각 의미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