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고교 평준화 정책이 사교육 억제 효과가 거의 없고 되레 사교육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준화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보다 명목상으로도 사교육비 지출이 많을 뿐 아니라 가구별 소득 격차와 학원 수 등을 동일하게 설정해도 격차가 없어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대 강태중(교육학) 교수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9일 서울대에서 주최하는 ‘제3회 한국교육고용패널학술대회’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이 사교육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 교수는 2004년 중학교 3학년생 2000명이 2006년 고교 2학년이 될 때까지 이들의 진학과 사교육 현황 등을 추적한 직능원의 ‘한국교육고용패널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생들이 중3일 때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각각 27만5000원과 17만6000원으로 9만9000원(56.3%)의 차가 났다.
그러나 두 지역의 소득 격차 등에 차이가 많기 때문에 이를 동일하다고 가정해도 평준화 지역의 사교육비가 1만5000원(8.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1학년이 됐을 때도 평준화 지역의 1인당 사교육비가 29만6000원으로 비평준화 지역 14만3000원보다 15만3000원(107%) 많았다. 지역 간 조건을 같게 해도 평준화 지역이 1만4000원(9.8%) 더 많았다.
강 교수는 “이는 평준화 지역의 학교별 학생 수가 많고 학생의 진로지도나 성적 향상, 적성 등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평준화 학교에는 학습 의욕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극이 없어 느슨한 교육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선 공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