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냐, 울주7봉이냐.”
울산 울주군이 ‘영남알프스’의 명칭을 올해 3월 ‘울주7봉’으로 바꾼 이후 자치단체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는 등 혼란을 빚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 신불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가 울주군을 비롯해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그리고 경북 청도군에 걸쳐 모여 있고 유럽의 알프스처럼 경치가 빼어나다고 해서 1970년대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붙인 이름.
울주군은 “영남 알프스라는 이름이 출처불명인데다 산 정상 대부분이 울주군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며 올해 들어 ‘울주7봉’으로 명칭을 바꾼 뒤 3월 ‘울주7봉’이란 이름을 인터넷 도메인으로 등록했다. 또 ‘천하명산 울주7봉’이란 명칭을 특허청에 상표등록 출원한 뒤 ‘울주7봉 담당’이란 직제를 신설해 산악관광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접한 밀양시와 양산시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가지산과 영취산 천황산 재약산 등의 정상은 울주군에 위치해 있지 않다”며 “영남알프스의 산악관광 효과를 울주군이 독점하려고 한다”며 명칭 변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울주군에 보냈다. 밀양시는 지난달 천황산 정상에서 ‘울주7봉 명칭 백지화 촉구대회’를 열기도 했다.
울주군의 상급 자치단체인 울산시도 ‘울주7봉’이란 명칭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는 마찬가지다. 시가 이달 초 재정비한 울산관광가이드 홈페이지(guide.ulsan.go.kr)의 첫 화면에는 ‘최고의 억새풀 평원과 아름다움 단풍이 있는 영남알프스’라는 글과 사진을 실어놓고 있다.
각종 행사도 혼선을 빚고 있다. 대한산악연맹 울산시 연맹 주최로 7일 신불산 입구에서 열린 등산대회는 ‘영남알프스 억새축제’로 명명된 반면, 14일 울주군 주최로 비슷한 장소에서 열리는 산악자전거대회는 ‘울주7봉 전국 MTB 챌린지’로 이름을 붙였다.
울산의 한 산악인은 “수십 년 동안 사용해온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을 타 자치단체와 갈등을 유발하면서까지 변경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울산시는 “기초자치단체가 결정한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는 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울주군이 ‘울주7봉’이란 이름으로 관광사업을 추진할 경우 시는 예산지원을 못하겠다는 쪽”이라고 밝혔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