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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신간소개] 무궁화꽃을 피운 사람들

입력 | 2007-10-10 14:49:00

이창세 경감


한 농촌지역 경찰서의 70년사(史)가 현직 경찰관에 의해 고스란히 한권의 책으로 옮겨졌다. 작은 경찰서를 둘러싼 얘기지만 전체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를 대변할 정도로 시대상을 꼼꼼히 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미있고 친근하게 써내려간 글이 눈길을 끈다.

1945년 10월21일 경무국이 설치되면서 시작된 대한민국 경찰은 올해로 62돌을 맞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 공공의 질서를 유지한다는 본연의 임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눈에 비친 경찰은 항상 두려운 존재였다. 일제시대의 잔혹하고 무서운 경찰상이 해방 뒤에도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이다. ‘국민의 경찰’이 아니라 ‘정권의 경찰’로 인식됐던 군사정부 시대의 불행했던 과거도 이런 인식을 굳히는데 한몫했다.

그렇다면 현직 경찰의 눈에 비친 시대별 경찰의 모습은 어떨까.

노름방을 덮친 뒤 뇌물을 받고 눈을 감은 경찰, 술을 마시고 고주망태가 돼서 근무하다 총을 잃어버린 경찰, 금광으로부터 정기적으로 금을 상납 받은 경찰, 선거에 공개적으로 개입하는 경찰 등. 경찰인 저자가 직접보거나 전해들은 경찰의 일그러진 모습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어두운 과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죽음에 처한 보도연맹 대원들을 창고에서 탈출시킨 ‘영동의 쉰들러 이섭진 지서장’, ‘양공주’까지 동원한 휴전반대 궐기대회, 공비토벌에 앞장섰던 의용경찰대의 활약상 등. 민중의 지팡이로서 경찰의 활약상도 눈부시다.

이 책의 미덕은 경찰을 억지로 미화시키거나 포장하지 않고 부끄러운 과거와 시대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이 영동경찰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 일 수밖에 없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삼청교육대 대상자선정, 보도연맹대원 예비검속 등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사건이나, 경찰서 후원회비를 걷으려다 우체국장을 때려 사망케 했던 사건, 심야에 경찰서에서 행패를 부린 만취검사, 신임서장 취임거부 등 어두운 과거사를 가감 없이 밝혔다.

이런 사건들이 모여 대한민국 경찰의 역사가 된 것이다.

밝음보다 어두운 얘기가 많은데도 책을 다 읽고 나면 경찰에 대한 그릇된 이미지가 상당히 벗겨지는 것 같은 느낌은 온전히 저자의 힘이다.

저자인 이창세(52) 경감은 지난 80년 순경으로 시작해 현재 충북 영동경찰서 정보보안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7년간 오직 영동지역에서만 근무한 이 경감은 이번 책을 위해 13년간 자료를 준비하고 현장취재를 했다.

◇무궁화꽃을 피운 사람들/ 이창세 지음/ 320쪽/ 9,8800원/ 당그래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