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 때 북한 장마당에서 한국산 초코파이가 팔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북한 세관으로는 한국산 식품이 통과할 수 없을 텐데…. 이상했다.
추적 끝에 초코파이의 출처를 알아냈다. 개성공단이었다. 이곳 근로자들이 남측 업체에서 간식으로 받은 하루 2개의 초코파이를 먹지 않고 몰래 숨겼다가 장사꾼들에게 팔아 넘긴 것. 흥미로운 기삿거리였다. 그러나 결국 쓰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초코파이의 비공식 유통마저 막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초코파이는 어쩌면 많은 주민에게 처음으로 남한의 ‘맛’을 알게 해 줄 것이다.
10일자 본보 1면에 실린 ‘북한 칠보산 송이 채취 경험담’도 쓰기 전에 많은 고심을 했다. 행여나 이 기사로 인해 송이 캐기로 연명하는 많은 북한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나 않을지….
“북한 송이를 먹으면 안 된다”거나 “송이 선물을 받은 것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먹는 북한 송이에 어떤 사연이 담겨져 있는지 알고 먹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실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했을 뿐이다.
오늘날에는 TV를 통해 머나먼 아프리카 소년들이 다이아몬드를 채취하며 어떤 고역을 치르는지도 안방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북한에는 마음대로 갈 수 없다. 가더라도 안내원들의 감시 아래 연출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나 찍어 올 뿐이다.
이런 탓에 사람들은 북한산 송이를 사면서도 누군가가 발가락이 삐져나온 해진 헝겊 신발을 신고 험한 산속을 헤매다 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기사가 나간 뒤 “북한의 실상을 잘 알게 됐다”는 내용의 e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하지만 개중에는 “남북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는 것이냐”거나 “수구 보수 꼴통의 논리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
남북화해를 위해 북한의 실상을 외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진실을 숨기기보다는 계기가 될 때마다 남과 북이 서로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통일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초코파이나 송이는 남북이 서로를 알아가는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서로가 모르는 진실이 무척이나 많다. 때론 알면서도 눈을 감는다. 권력자가 숨기고 싶은 진실이 많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주민들의 삶은 점점 나아진다는 것은 권위주의 정권을 거쳐 온 남한의 교훈이기도 하다.
주성하 국제부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