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세대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25·사진). 그의 기세는 세계 경제 무대에서 도약하는 현대 중국과 닮았다. 강력한 힘과 기교를 갖춘 데다 자유분방한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독일의 아우디, 스위스의 롤렉스와 몽블랑, 이탈리아 남성복 제냐, 미국 스타인웨이 피아노 등 중국 시장을 겨냥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그를 앞 다퉈 후원하고 있다.
첼리스트 지안 왕, 바이올리니스트 초량 린, 뉴욕필 부지휘자 시안 장, 피아니스트 헬렌 황, 윤디 리 등 세계 클래식계는 ‘중류(中流)’ 바람이 거세다. 이 중에서도 중국을 대표하는 클래식계의 ‘골든 보이’는 역시 랑랑이다.
중국 정부는 랑랑을 내년 베이징 올림픽의 클래식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그는 내년 5월 롱 유가 지휘하는 차이나필하모닉과 함께 파리, 런던, 뮌헨, 애틀랜타, 바르셀로나, 서울, 멕시코시티, 도쿄 등 역대 올림픽을 개최한 16개 도시 순회연주를 벌일 예정이다.
○ 아우디에서 몽블랑까지 글로벌 기업들 잇단 손짓
“올해로 10회를 맞은 ‘베이징 뮤직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브람스, 모차르트, 쇼팽, 라흐마니노프, 하이든, 차이콥스키 등 10개의 피아노 협주곡을 한 달간 연주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제 피아노 스승인 다니엘 바렌보임(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크리스토프 에셴바흐(파리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샤를 뒤투아(차이나 필하모닉) 등과 함께하는 콘서트죠.”
그는 페스티벌 도중에도 잠시 틈을 내 한국을 방문했다. 다음 달 3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갖는 독주회를 앞두고 프로모션을 하기 위한 투어였다. 그는 8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베일리 하우스에서 후원자들을 위한 피아노 연주회를 열었다.
랑랑은 2003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 데뷔를 할 당시 붉은색 중국풍 의상을 입고 얼후 연주가인 아버지와 함께 무대에 서 화제를 낳았다. 8일 밤에도 랑랑은 쇼팽, 모차르트, 리스트의 곡과 함께 중국 전통곡인 ‘달을 좇아가는 구름’을 연주했다. 그는 “좋은 음악이라면 동서양의 것을 가리지 않고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화려한 테크닉에도 불구하고 과장된 동작과 표정, 주관적인 작품 해석은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랑랑에 대한 평은 “음반사의 기획상품”부터 “가장 성공적인 피아니스트”까지 극과 극이다. 그는 “5세 때 처음 피아노를 치면서부터 그렇게 쳐 왔다.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며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촬영 : 전승훈 기자
○ “과장된 연주 모습? 5세 때부터 그렇게 한 것일 뿐”
1982년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랑랑은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게리 그래프먼을 사사했다. 랑랑은 17세 때 미국의 라비니아 페스티벌에서 안드레 와츠를 대신해 시카고 심포니(지휘 에셴바흐)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하면서 피아노계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그는 “피아니스트 출신의 지휘자인 에셴바흐는 샴페인의 오프너처럼 내 안에 잠재해 있는 재능과 상상력을 일깨워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랑랑은 매년 130회 이상의 콘서트를 강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미국 필라델피아에 아파트를 마련했다. 그는 미국의 TV프로그램 ‘투나이트 쇼’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해 엔터테이너의 자질도 선보였다. ‘차이나 포브스지’는 중국의 체육, 문화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인물로 농구스타 야오밍에 이어 랑랑을 2위(약 180억 원)로 꼽았다.
그는 “중국에는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이 3600만 명일 정도로 클래식 붐이 대단하다”며 “대중적 활동은 젊은이들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자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는 “중국의 수많은 학생이 랑랑을 모델 삼아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클래식 연주가를 꿈꾸고 있는 것은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02-541-623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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