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한 지 3년 만에 시공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서울의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재포장 과정에서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10일 “기존 빨간색 아스콘으로 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검은색 아스팔트로 다시 포장하는 공사가 절반쯤 진행됐다”며 “새 아스팔트는 강도가 높아 기존 아스콘처럼 수명연한 이전에 파이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버스 운전사들은 “검은색 전용차로는 일반 차로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검은색 아스팔트로 교체한 뒤 운전자와 시민의 반발이 있으면 그 위에 빨간색 칠(코팅)을 한다는 방침이어서 ‘눈치 보기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예산 낭비한 빨간색 포장도로
서울시는 2003년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면서 기존 도로와 구분하기 위해 빨간색 아스콘으로 전용차로를 덮었다. 하지만 이 도로는 예상 수명(5∼6년)의 절반 정도인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곳곳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서울시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운전자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올해 6월부터 전용차로 재포장에 나섰다. 2004년 이전에 빨간색 아스콘을 이용해 공사한 도봉·미아로(15.8km), 수색·성산로(6.8km), 강남대로(5.9km) 등의 중앙버스전용차로에 대한 보수를 지난달 끝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빨간색 아스콘 포장을 뜯어내고 그 자리에 강도가 높은 검은색 ‘개질 아스팔트’를 깔았다. 2005년에 완공된 망우로(4.8km)와 경인로(6.8km) 구간도 내년까지 검은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당초 사업계획 과정에서 도로의 강도와 수명을 잘못 계산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서울시, 시민 눈치 보며 오락가락
강남대로를 오가는 140번 버스 운전사인 남현섭 씨는 “차로가 검은색으로 바뀐 뒤부터 자가용 운전자들이 차로를 구분하지 못해 수시로 전용차로로 끼어든다”면서 “전용차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빨간색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초 서울시는 검은색 개질 아스팔트 위에 빨간색으로 코팅할 계획이었다. 이 방법은 빨간색 아스콘으로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한 단계 발전한 공법.
하지만 재포장을 한 곳에 코팅을 할 것인지를 놓고 서울시는 머뭇거리고 있다.
아스팔트로 1아르(100m²)를 까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20만∼150만 원이지만 여기에 빨간색 코팅을 하려면 150만 원가량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빨간색보다 검은색 도로가 낫다는 운전자들도 있다.
수색·성산로를 다니는 470번 버스 운전사 김창수 씨는 “새로 포장한 검은색 도로가 잘 미끄러지지 않아 훨씬 편하다”면서 “따로 코팅을 하지 말고 버스차로임을 표시하는 파란색 줄 대신 빨간색 줄을 쓰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쯤 버스 운전사 등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