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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지도부에 ‘민주화 촉구’ 中 농민-노동자 1만명 서한

입력 | 2007-10-11 03:03:00


1만 명이 넘는 중국의 기층 민중이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공산당 지도부에 민주개혁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이처럼 많은 일반 민중이 연대해 공산당 지도부에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신문은 청원서 조직자들이 2개월에 걸쳐 중국 30개 성과 시의 농민 노동자 1만2150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정치체제를 개혁하고 표현 및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이들은 농지의 강제수용에 따른 분쟁과 도시 재개발에 따른 강제이주, 실업, 환경오염, 자원 고갈과 관리들의 부패로 인한 서민의 기본 권리 보호 실패 등 최근 급증하는 중국의 사회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서한은 또 노동교양(노교·勞敎)제도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서명을 주도한 허베이(河北) 성의 농민 청잉차이(程英才)는 “서명자는 모두 고통을 당해 본 사람들로 이 고통이 우리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정치·법률적인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이 이런 고통을 해결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중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부 지식인을 중심으로 당의 민주화와 정치 개혁을 부르짖었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 당 총서기를 핵심으로 한 중국의 4세대 지도부는 “지금은 경제 건설에 매진해야 할 때”라며 이를 일축했다.

또 후 주석은 올해 ‘6·25 강화(講話)’를 통해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견지할 것을 천명해 서양식의 민주화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한편 홍콩의 핀궈(빈果)일보는 이날 좌파 성향의 전현직 당정군 고관 170명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3개 대표론’을 공산당 당장(黨章)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서명을 주도한 리청루이(李成瑞) 전 국가통계국장은 “3개 대표론에 따라 이뤄진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 허용은 국제적인 웃음거리”라며 “덩샤오핑(鄧小平)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은 결국 당 간부 자녀들이 먼저 부자가 되도록 해 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