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바다로 막힌 섬나라 일본. 그러나 최근 넓은 바다와 광활한 우주로 뻗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일본의 국토 면적은 약 38만 km²로 세계 60위 안팎이지만 배타적 경제수역(EEZ) 면적을 더하면 약 447만 km²로 세계 6위급이라고 일본 정부는 주장한다. 이에 따라 바다로 눈을 돌려 ‘세계 제6위의 해양대국’을 지향하자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우주 분야에서도 방위 목적의 우주 이용을 허용하는 우주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달 탐사 위성 ‘가구야’를 쏘아 올리는 등 세계적 경쟁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일본이 해양 및 우주 전략을 중시하는 것은 방위성이 내년에 우주와 해양 전략을 기획 입안하는 ‘우주해양정책실’을 신설하기로 한 데서도 잘 드러난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제정해 7월 시행에 들어간 ‘해양기본법’에 따라 바다로의 진출이 우주 분야보다는 앞서고 있다.
○“일본은 해양국가, 바다로 나가자”=1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자리한 헌정기념관. ‘해양기본법 제정 기념대회’라는 플래카드 아래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방위상은 “일본은 해양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정치인과 정부 관료, 일본 경단련과 각종 학회 및 민간단체 대표 등 300여 명이 궐기대회라도 하듯 한자리에 모였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도 인사말(대독)을 통해 “해양정책 추진 본부장으로서 해양정책에 종합적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의 해양입국’을 부르짖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4월 국회를 통과한 해양기본법 자체를 자민 공명 민주당이 참여해 만들었고 국회에서도 사회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표를 던졌다.
해양기본법에는 △해양자원 개발 △EEZ 개발 추진 △해양안전 확보 △해양조사 추진 △본토에서 떨어진 섬의 보전 등 12개항이 담겼다. 이와 함께 종합해양정책본부를 신설해 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부본부장인 해양상(국토교통상 겸임)이 해양정책을 통합 관리하게 했다.
일본이 해양에 눈을 돌린 데는 중국 및 한국과의 EEZ 및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기가 됐다. 일본이 바다로 뻗어나갈 경우 우선 부딪치게 되는 것은 한국 중국 러시아 대만 등 인근 국가들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한국과 독도 문제로, 중국과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 섬) 열도와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대만과는 동중국해 주변 어업 문제로, 러시아와는 북방 4개 섬(러시아명 쿠릴 열도)의 영유권 문제로 역시 대립하고 있다.
종합해양정책본부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관련 예산은 1조4534억 엔. 10월 말부터 앞으로 5년간의 ‘해양기본계획’을 짜 내년 1월 공표할 예정이다. 해양기본계획에는 독도나 동중국해 천연가스전 문제의 대응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일본 국회에는 자민 공명 양당이 만든 우주기본법안이 제출돼 있다. 골자는 우주공간의 이용을 ‘비(非)군사 분야’로 한정한 기존의 정부방침을 ‘비침략’으로 바꿔 방위 목적의 우주 이용을 가능케 하겠다는 것. 법안은 △우주개발 및 이용을 통한 안전보장체제 강화 △연구개발 촉진 △산업 진흥 등의 주요 과제를 담고 있다.
정부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우주전략본부를 두고 우주 개발을 담당하는 장관직을 신설해 정부 전체가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해양기본법’과 매우 유사하다.
일본이 우주기본법 제정에 박차를 가한 데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위성요격 실험 등의 위협이 계기가 됐다. 일본은 올 6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감시한다는 명목하에 네 번째 정보수집위성을 발사해 세계를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독자 감시망’을 구축했다.
우주기본법은 아베 총리의 급작스러운 퇴진 등 정국의 격변으로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동안에도 일본은 9월 달 탐사 위성 ‘가구야’를 쏘아 올린 H2A로켓 생산의 민간 이관을 통해 우주기술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등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달 표면에 착륙해 탐사활동을 벌일 ‘셀레네 2호’를 2010년대에 발사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