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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9일부터‘…조선말큰사전’ 展

입력 | 2007-10-12 03:03:00


1929년부터 집필된 ‘조선말 큰 사전’ 원고는 민족주의자 108명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정체였다. 그러나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한글학자들이 일제에 의해 ‘내란 수괴’로 몰리면서 수난이 시작됐다. 1945년 광복 때까지 ‘조선말 큰 사전’ 원고는 서울역의 한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광복 직후 2만6500여 장에 달하는 이 원고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우리말 사전 편찬은 훨씬 더 후대에나 가능했을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9일∼12월 30일 여는 ‘한글학자의 겨레사랑-조선어학회사건과 조선말 큰 사전’ 전시는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기 위해 온갖 핍박을 견뎌냈던 한글학자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박물관 역사관 한글실에 들어서면 1957년 총 6권으로 완간된 ‘조선말 큰 사전’이 시선을 끈다. 그 뒤편에는 더 소중한 유물이 기다리고 있다. 광복 직후 발견된 ‘조선말 큰 사전’의 원고(한글학회 소장), 즉 초고다. 원고는 곧 국가지정기록물 1호가 될 예정이어서 더 뜻깊다. 누렇게 바랜 이 원고에서 집필에 참여한 한글학자의 친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조선말 큰 사전’ 이전인 1933년 조선어학회가 펴낸 ‘한글 맞춤범 해설’, 1936년 펴낸 ‘조선어 표준말 모음’ 등의 유물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유물 중에는 ‘조선말 큰 사전’ 간행을 축하하며 1948년 지은 이병기의 시조도 있다. 사전을 내놓기까지 탄압과 우여곡절을 겪은 이병기의 감회는, 사전 보기를 돌같이 하는 요즘 세태를 부끄럽게 한다.

“따로 말을 가지고 살아온 겨레로 집마다 책상머리 없지 못한 이런 글을 이제야 천신만고 끝에 겨우 한 권 내거니 가엾던 까망눈도 모두 밝아들지고 고 다음 다음 권을 하루바삐 기다리고 집마다 다 쌓아두고 기념탑을 삼으리.” 02-2077-9535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