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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이사람]얼짱 농구스타서 늦깎이 여대생 된 신혜인

입력 | 2007-10-12 03:03:00


공놀이를 좋아하던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농구부에 가입하면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송곳 같은 패스를 담당하는 가드부터 포워드까지를 아울렀다.

고교를 졸업한 소녀는 꿈에 그리던 프로 무대를 밟았다. 2003년 여자 프로농구 신세계에 입단했다. 하지만 아마추어 스타였던 그에게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첫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아마와 프로의 차이를 절감했죠. 조금씩 적응하던 프로 3년차 때 운동을 하던 중 갑자기 가슴이 아파왔어요.”

○ 잘나가다 프로 3년차 때 심장수술후 은퇴

심장부정맥이었다. 운동을 과하게 하면 호흡이 힘들어지고 혈압이 떨어져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증세였다. 그는 2005년 6월 수술을 받고 한 달 후 퇴원했지만 더는 선수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그해 9월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스무 살 때였다.

‘농구 얼짱’이었고 아버지 신치용 삼성화재 배구단 감독의 둘째 딸인 신혜인(22). 그는 지금 서울여대 체육과 07학번이다. 보통 여학생이면 대학 졸업반일 나이지만 프로선수 생활을 하느라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신혜인을 1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83cm의 큰 키에 생머리, 검은색 니트 차림이 여느 여대생처럼 풋풋했다.

신혜인은 “늦깎이 대학생인 탓에 어린 동기들과 미팅을 함께 못 나가 아쉽다. 그래도 대부분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을 정도로 성적은 좋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 영어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고.

“10년 후 농구 교사나 교수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쌓고 미국으로 유학을 갈 예정입니다.”

신혜인은 자신의 전문분야인 농구는 물론 골프와 배구 지식을 쌓는 데도 열심이다. 체육 종목 전반을 이해한 뒤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과연 선수생활을 일찍 그만둔 것에 미련은 없을까.

“선수로 더 잘하고 멋진 모습으로 은퇴하지 못해 아쉬움은 있죠.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죠.”


촬영: 황태훈 기자

○ 공부하는 재미 쏠쏠… 스포츠마케팅 배우고 싶어

대학 동기와 수다 떨고 가족여행을 다니는 게 행복하다는 신혜인. 여자 프로농구 해설가로 데뷔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농구 경험이나 실력 모두 부족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문득 신혜인의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손바닥은 거칠했고 곳곳에 굳은살이 남아 있었다. 신혜인은 “농구에만 매달렸을 때의 작은 흔적”이라며 “요즘도 가끔 체대 입시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