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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해상경계선을 軍통수권자가 폄훼”

입력 | 2007-10-12 03:03:00


■ 국방부-유엔사 ‘당혹’

“용어도 생소한 영토선 발언 이해 안돼” 지적

내달 남북국방장관 회담 협상력 저하 불보듯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영토선’이라고 한다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군 내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국방부와 유엔군사령부가 반세기 넘게 실질적 해상경계선으로 지켜 온 NLL의 영토 안보적 가치를 군 최고통수권자가 폄훼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NLL은 명백한 해상 군사분계선’=국방부는 올해 초 발간한 ‘북방한계선(NLL)에 관한 우리의 입장’이란 책자에서 NLL의 역사적 배경, 북한 NLL 공세의 허구성,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에 대한 공식 견해를 정리했다.

NLL이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선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실효적으로 관할해 왔고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 왔기 때문에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것.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만큼 ‘NLL은 무효’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종전 당시 양측의 전력배치 상황과 정전협정 조문 등을 근거로 적법하게 성립된 해상 군사분계선인 만큼 정전협정 주체들이 당연히 준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북한이 NLL을 인정한 각종 사례도 제시됐다. 북한은 2002년 6월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항로 착오로 NLL을 월선한 북한 선박 1척을 NLL 상에서 인계받는 등 여러 차례 사실상 NLL을 인정해 왔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또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부속합의서에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도 북한이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한 증거로 꼽힌다.

유엔사 측도 2002년 6월 15일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선제공격으로 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 북한군과 장성급 회담에서 “NLL은 실질적인 해상분계선”이라고 못을 박았다.

다만 국방부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의 군사분야 합의사항을 이행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NLL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남북 간에 새 해상경계선의 설정을 논의할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유엔사도 연평해전 당시 북한군과의 회담에서 “새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남북 간 공동군사위원회에서 협의해야 하며 그때까지 현 NLL이 준수돼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군 소식통은 “군 당국이 NLL을 ‘영토선’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고, 용어도 생소하다”며 “다음 달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발언 배경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대북 협상력 저하 우려=군 내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다음 달 평양에서 7년 만에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 공식 수행원으로 방북했던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서해 NLL을 끝까지 지킨 것이 이번 회담의 군사분야 성과”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또 “해주항 직항과 공동어로구역의 선결조건은 북한이 NLL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군 최고통수권자가 NLL의 영토 개념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김 장관이 북한 군부와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북한 군부가 노 대통령의 발언을 빌미로 NLL 공세를 펼칠 경우 우리 측의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다음 달 회담에서 예전보다 더 집요하게 NLL 재설정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NLL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초래해 우리 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북방한계선(NLL)을 영토개념과 해상경계선으로 본 정부 내 발언일시주체내용2007년 1월 초국방부 발간책자‘북방한계선(NLL)에 관한 우리의 입장’우리는 새로운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NLL을 지상의 군사분계선(MDL)과 같이 확고히 유지할 것이며, 북측이 이를 침범할 경우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다. 8월 13일김만복 국가정보원장(국회 정보위원회)실효적 지배권을 갖고 있고 사실상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NLL은 영토주권 개념과 관계 있다. 8월 21일김장수 국방부 장관(국회 국방위원회)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개념이다. 해상에 그어진 군사분계선과 같은 개념이다. 8월 22일천호선 청와대 대변인NLL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방침은 50년간 지켜온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