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에 근거해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에 대법원이 남북 분단의 특수 관계적 성격을 고려해 노 대통령의 발언 취지와는 다른 판결을 내린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대법원은 2004년 11월 김대중 정부 때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법 대북 송금을 주도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상고심에서 “북한을 외국으로 보고 대북 송금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은 헌법의 영토 조항에 어긋난다”는 박 전 장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을 통해 “헌법상으로는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인 이상 북한을 외국환거래법상의 외국으로 바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개별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는 남북한의 특수 관계적 성격을 고려해 북한 지역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북한 주민을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에 있는 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원은 “개별 법률이 북한을 외국에 준하는 지역으로 규정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로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