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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통일은 “영토선 아니다” 金국방은 “말하기 어렵다”

입력 | 2007-10-13 03:01:00

金국방 “곤란한 질문 그만”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 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묻자 손을 내저으며 답변을 피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는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12일 “이견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 이견이 있다고 말하면 대통령께…”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선언 이행 종합대책위원회’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NLL이 영토선이 아니란 대통령의 발언에 이견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 내에서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김 장관은 8월 국회에서 “NLL은 영토개념”이라고 했고, 남북 정상회담을 다녀온 직후인 5일 기자회견에서 “NLL을 지켜낸 것이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자평했다.

김 장관은 북측이 NLL 재설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11월 평양 국방장관 회담에서도 “NLL은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11일 “NLL을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은 영토에 중점을 두고 말한 것이 아니라 NLL의 성격과 배경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이해한다”면서도 “예민한 질문을 하지 말아 달라. 곤란한 질문을 하지 말아달라”고 곤혹스러워했다.

그러나 김 장관과 같은 자리에 있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분명한 것은 NLL이 영토선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과 똑같은 발언을 한 뒤 “대통령은 NLL을 군사적 목적의 경계라고 보는 것이다. 영토 개념이 아니다. 전혀 다른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리된 정부 의견이냐’고 묻자 “정부 내 이견이 없다. 나도 그렇고 국방부 장관도, 대통령도 이견이 없다”며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어 보이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NLL은 실제로 존재하는 선이다. 실제 존재하는 선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국방장관도 실제 존재하는 선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며 김 장관의 답변 과정에 끼어들어 “NLL이 군사적 경계선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공감하고 있다”고도 했다.

두 장관의 사뭇 다른 태도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NLL 관련) 정부 내 이견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각각이 처해 있는 주요 임무와 관계돼 우선적으로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서 이견은 없다”며 “김 장관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강조하는 측면들이 있다. 국방부 장관의 경우 이 취지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 대변인은 “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며 “어떤 합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 선을 확고히 지킨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