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왕하오에 결승서 져 아쉬운 준우승
유승민(삼성생명·사진)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탁구 남자단식에서 정상에 올랐을 때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그 수식어는 오래가지 못했다. 대회 직후 깊은 슬럼프에 빠졌고 부진에서 회복된 뒤에도 중국의 ‘만리장성’은 높고도 높았다.
그랬던 그가 마침내 그 호칭을 되찾을 뻔했다. 세계랭킹 9위 유승민은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07 남자 탁구 월드컵 단식에서 최근까지 상대 전적에서 절대 열세였던 중국의 강호들을 연이어 꺾으며 ‘황제 재등극’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유승민은 대회 결승에서 세계 1위이자 ‘숙적’인 왕하오(중국)에게 세트스코어 0-4(12-14, 3-11, 8-11, 7-11)로 져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긴 했지만 결승까지 올라오는 동안 세계 2위와 3위를 연파해 내년 베이징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유승민은 8강에서 이전까지 11전 전패였던 ‘천적’ 마린(중국·세계 2위)을 4-1로 완파하며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 4강에 진출한 데 이어 준결승에서도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이자 왕년의 ‘탁구 황제’ 왕리친(중국·세계 3위)을 세트스코어 4-2로 꺾었다. 왕리친과의 역대 전적도 이전까지 2승 12패에 불과했다.
자신감이 넘쳤던 유승민은 시종 공격적인 플레이로 왕하오에게 맞섰으나 상대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실수를 연발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유승민이 국제 대회에서 중국의 상위 랭커들을 연속 제압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대진운 덕분에 결승에서 단 한 번 중국 선수 왕하오를 만나 그를 꺾고 우승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