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데려오려면 데려오라” 적극 공세
한나라당이 투자 사기행각을 벌이고 미국으로 도주한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대선 전 귀국 움직임과 관련해 “김 씨를 데려오려면 데려오라”며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14일 “더는 끌려 다니지 않고 공세적으로 치고 나갈 것”이라며 “허위 사실을 공표할 경우 법적 대응을 포함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씨가 3년 반 동안 국내에 들어와 재판을 받으라고 한 우리 측 요구도 무시한 채 미국에서 버티다 대선을 2개월 앞두고 갑자기 들어오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한 것”이라며 “엄청난 돈을 미국으로 빼돌린 범죄자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것은 분명한 정치공작 기도이며 공작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대선후보 측은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의 BBK 실소유주 의혹 등의 공세에 해명 차원의 방어에 주력했다. 이는 상대가 박근혜 전 대표 측이었기 때문이란 것.
그러나 본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범여권은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BBK 의혹 관련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BBK를 대선 정국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인 만큼 김 씨의 귀국 여부를 포함해 모든 사안에 총력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이 후보가 ‘김경준 씨는 빨리 한국에 들어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후보의 소송 대리인들은 정반대로 김 씨의 귀국을 저지하고 있다”며 “이 후보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BBK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을 반대해 국회 의사 일정을 중단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어서 이토록 과잉방어를 하느냐”고 공세를 이어 갔다.
이에 대해 나경원 대변인은 “미국 법원의 정당한 법률적 절차를 이해하지 못하고 김경준 발목 잡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며 “중단된 반대심문의 완료를 위해 최소 범위에서 귀국 연기를 송환재판부에 요청한 것일 뿐 귀국 저지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이 후보는 LKe뱅크를 김 씨와 공동으로 설립하려는 의도로 30억 원을 투자했는데 김 씨가 이를 빼돌렸다는 것.
이 후보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김 씨가 이 후보 측 변호인 심문을 앞두고 돌연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혀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김 씨는 최근 한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미국 법원에 냈던 인신보호 청원 항소심을 취하해 한국 송환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 후보의 소송 대리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가 민사소송 마무리를 위해 송환 판결 유예를 신청했다는 것.
김 씨가 한국에 송환되기 위해서는 강제송환 재판에서 미국 법원의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 또 미 법원이 김 씨의 송환을 결정하더라도 민사소송 당사자들이 재심 요청을 할 수 있다. 이래저래 법원 결정이 상당 기간 늦춰져 김 씨의 대선 전 귀국은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