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전대)에서 중국의 유일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는데 실패한 것으로 관측된다.
후 주석은 17전대에서 자신의 이론인 과학발전관의 당장(黨章) 삽입을 통해 정치지도자로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권력 역학구도 측면에선 당·정·군의 실권을 한손에 쥐지는 못한 것으로 관측통들은 평가하고 있다.
달라진 중국의 정치현실이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상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7전대를 앞두고 후 주석은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과 막후교섭, 장쩌민 전 주석과 힘겨루기, 원로 및 지도부들과의 토론을 거쳐 상당 부분 자신의 입지를 줄여간 흔적이 엿보인다.
이는 당초 차세대 단일 후계자로 거론됐던 리커창(李克强) 랴오닝 서기를 제치고 지난달 중순부터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서기가 급부상하면서 후계 구도가 사상 초유의 경쟁체제로 전개되는 상황과도 관련이 깊다.
게다가 정치국 상무위원단 진입이 유력시되는 허궈창(賀國强) 중앙조직부장, 저우융캉(周永康) 공안부장 역시 모두 쩡 부주석, 또는 장 전 주석 계열의 인사들이다.
정년에 이른 쩡 부주석이 자신이 물러나는 대신 후 주석에게 최소한 2자리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요구했으며 후 주석이 은퇴한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을 견제하는데 결국 실패했다는 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치국 상무위원단은 후진타오, 우방궈(吳邦國), 원자바오(溫家寶),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그리고 시진핑, 리커창, 허궈창, 저우융캉 등 9명으로 구성된다.
결국 후 주석을 상무위원회에서 적극 받쳐줄 지지세력은 원자바오, 리커창 뿐인 셈이다.
또한 후 주석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파트너인 쩡 부주석이 17전대를 주관하는 비서장(의장격)으로 임명된 것도 향후 권력구도가 분점, 또는 견제와 균형의 형식으로 진행될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쩡 부주석의 거취와 관계없이 이미 상당수 관측통은 후 주석이 17전대에서 결정적인 주도권을 확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단하고 있다.
후 주석은 당초 정치국 상무위원단을 9명에서 7명으로 줄이려 했으나 상무위원단은 9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샹웨이(王向偉)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부편집장은 "이제 중국에서 유일 권력자 시대는 지났다"며 "후 주석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달리 자신의 후임자를 마음대로 지명할 만한 권위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앞으로 자신의 직계인 공청단(共靑團) 출신의 단파 인맥을 점진적으로 베이징 요직에 끌어올리면서 쩡칭훙, 장쩌민, 그리고 태자당(太子黨), 상하이방과의 권력 균형의 추를 오가는 위태한 게임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5년 후 18전대에서 공산당 총서기 후임자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후 주석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추측이 그래서 나온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