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미어(세계 최초 상영)가 몇 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자국 이외 최초 상영)가 몇 편’이라는 영화제들의 당연한 홍보문구가 안 보이는 영화제.
그 대신 오래된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자고 주장하는 영화제.
25일부터 11월 2일까지 한국 영화의 상징적 공간인 서울 충무로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 충무로국제영화제는 ‘거꾸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충무로가 1950∼80년대 한국의 고전영화가 만들어진 곳이라는 지역적 의미도 있고 너무 ‘프리미어 위주’로 가는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입니다.”
(김홍준 운영위원장) 》
■ 제1회 충무로국제영화제 25일 개막
이 영화제는 예술영화 마니아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온 가족 나들이를 위한 축제의 장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영화를 느낄 수 있는 축제가 서울광장 청계천 등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다. ‘고전’과 ‘축제’로 채워진 충무로국제영화제를 키워드로 나눠 소개한다. 추천작은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조언했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www.chiffs.kr) 참조.
[재발견] 올해는 찰리 채플린의 30주기. 그의 걸작 ‘키드’ ‘모던 타임즈’ 등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공식초청 부문’은 새로 복원된 고전이나 한국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작품들을 통해 보석 같은 영화를 ‘재발견’하는 기쁨을 준다. 이탈리아 대표 감독인 루키노 비스콘티가 만든 19세기 시칠리아 배경의 우아한 시대극 ‘레오파드’(1963)도 바로 그런 영화. 충무로 영화제는 매년 국내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나라의 영화를 소개할 예정인데 올해는 ‘호주영화사특별전’이다. 호주의 대표 무성영화 ‘센티멘탈 블로크’(1919)는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기 힘들다. ‘아시아 영화의 재발견’에서는 홍콩 영화 역사상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와일드 와일드 로즈’(1960)를 놓치지 말 것.
[추억] 한국 멜로 영화의 걸작 ‘기쁜 우리 젊은 날’을 기억하는지. 비 오는 밤의 공중전화, 햇살이 아름다운 날의 벤치 등 일상을 세심하게 포착해 낸 명장면으로 마음속에 간직된 이 영화는 최루탄 냄새로 기억되는 1987년 작품이다.
‘한국 영화 추억전 #7’은 1957년에서 1987년까지 7로 끝나는 해의 영화를 선별한 독특한 섹션. 중장년 세대가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다. 사실적 묘사로 유명한 유현목 감독의 보기 드문 멜로 영화 ‘막차로 온 손님들’(1967)에서는 배우 이순재의 젊은 날 이지적이고 냉소적인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당대의 트로이카 중 문희와 남정임의 연기 대결을 볼 수 있다.
[추억] 이승환과 신해철의 공연이 공짜! 19일 오후 7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영화제 개막을 축하하는 ‘충무로 연가’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 럼블피쉬,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이끄는 충무로 밴드의 공연, 상영작 소개와 불꽃놀이도 준비됐다. 28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충무로 영화의 거리(명보극장∼옛 매일경제 사옥)에 영화를 테마로 하는 작은 놀이공원, ‘충무로 난장’이 펼쳐진다. 야외무대 출연진은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드렁큰 타이거, 슈퍼키드 등. ‘한바탕 난리’가 예상된다. 특히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밥을 제공하는 일명 ‘밥차’가 나와 시민들이 영화 스태프처럼 밥차에서 밥을 사 먹을 수 있다.
[낭만] 가을밤, 연인과 함께 야외 영화 한 편은 어떨까.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고즈넉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야외 영화 상영과 함께 김창완 나윤선 이상은 두번째달 등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남산 공감’이 열린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세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인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과 ‘센티멘탈 블로크’가 상영된다. 같은 기간 청계천 청계광장에는 노천카페가 열린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청계천 변에서 커피를 마시며 찰리 채플린의 ‘키드’와 ‘시티 라이트’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