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플레이오프 6강에 진출한 ‘대전 시티즌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김호(63) 감독의 ‘운동복 패션’이 관심을 끈다. 그는 시즌 중인 7월 내부 사정으로 흔들리던 팀을 맡아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몇 경기에서는 양복을 입었지만 그 뒤로는 줄곧 운동복 차림이다. 1995년 수원 삼성 창단 감독으로 활약할 땐 ‘빨간 잠바’를 입고 최강으로 이끌어 ‘빨간 잠바의 마술사’로 통했다.
“팬들이나 상대팀 감독에 대한 예의로 보면 말끔한 정장을 입어야 하지만 선수들과 힘을 합쳐 새롭게 뛰자는 초심으로 운동복을 입어요. 우리 유니폼 스폰서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담고 있죠.”
김 감독은 승리보다 패배가 많았던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으며 ‘감독도 함께 뛰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는 특유의 치밀한 분석력으로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전술에 접목해 팀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대전은 K리그 정규리그에서 10승 7무 9패로 승점 37을 기록해 간신히 6강에 턱걸이했지만 시즌 막판엔 팀 창단 이래 처음으로 5연승을 질주하며 FC 서울을 7위로 끌어내리는 저력을 보였다.
‘왼발의 달인’에서 ‘그라운드의 문제아’로 전락한 고종수(29)를 변화시킨 것도 김 감독이다. 1997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상까지 받은 고종수는 2005년 이후 망가지며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 감독은 천천히 여유를 갖고 바꿔 나갔다.
“뛰어난 선수는 훈련을 싫어해요. 그래서 경기를 통해서 훈련을 시켰죠.”
단 코너킥이나 프리킥은 절대 못 차게 한다.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다칠 수 있기 때문. “이제 절반쯤 컨디션을 찾았고 이번 겨울이 지나면 전성기 때 버금가는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김 감독은 전망한다.
김 감독의 ‘운동복 마술’은 현재진행형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