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했으니 이제부터 여생을 즐기시오’라고 올해 노인사회의 일원으로 새로 편입하는 노년들을 환영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면 이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소박하건 거창하건 제 나름의 꿈을 갖고 아등바등 일했으니 이제 쉬면서 여생을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런데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5세 노인의 기대여명(期待餘命)이 2005년 기준 남성 15.8년, 여성 19.9년 정도다. 너무 오래 노후생활을 하는 것이다.
사실 기초노령연금법을 위시한 3대 노인복지 관련법이 제정돼 기본은 갖춰졌다. 하지만 젊은 노인들의 삶의 질, 행복 기대치는 복지혜택 이상이다.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지공’이라며 좋아하기도 하지만 전 세대에 비해 교육수준이 높고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건강하다. 환갑잔치도 마다하고 젊게 살며 웬만큼 재산도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기초적 복지혜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건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정년을 아예 없애거나 연장하는 방법도 좋다. 청년같이 젊은 노인들을 활용하여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없을까.
앞으로 해마다 젊은 노년세대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게 돼 있다. 이들을 수용하고 활용할 사회적 시스템을 빨리 갖춰야 한다.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대안은 경로당이다. 대한노인회 산하 경로당은 전국에 5만4000여 곳이 있다. 쏟아져 나오는 젊은 노인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만한 규모다. 경로당 한쪽에 인터넷 전용선, 팩스, 회의 테이블 등 몇 가지 사무 시스템을 구비한 작은 공간을 마련하면 경로당이 일하고 싶은 젊은 노년세대를 창업자로 키우는 인큐베이터가 된다. 여기서 젊은 노인들이 소호창업자로 활동할 수도 있다. 기존 경로당 회원들이 조금만 배려하면 사회활동을 하던 관성에 따라 무작정 거리나 커피숍을 방황하는 노인들을 품에 안을 수도 있다.
어렵고 어색한 면도 있다. 기존 경로당 회원의 형편도 있고, 고령 노인들이 ‘고스톱’이나 치며 소일하는 공간쯤으로 여기는 선입견과 세대의식도 있다. 하지만 더 연로한 노인들을 위해 신입 노인이 크고 작은 봉사활동을 하며 지역사회를 위해 역할을 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이심 대한노인회 부회장 노년시대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