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에 대해서 아시는 분 계세요?”
“생강 냄새가 나는데 생강나무 아닌가요?”
“생강나무의 햇순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던데요.”
“맞습니다. 햇순을 잡아서 비비면 생강 냄새가 나요. 이른 봄에 꽃을 따 음지에서 말리면 오그라들어 갈색이 됩니다.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녹차 마실 때 위에 딱 떨어뜨리면 꽃 모양이 되살아나면서 모양도 예쁘고 맛과 향이 아주 달콤해집니다.”
12일 오전 경기 가평군 하면 대보리의 ‘꽃무지풀무지야생수목원’에서 열린 숲 설명회 프로그램에 참가한 10여 명이 이 수목원의 김광수(53) 대표에게서 ‘숲 보는 법’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숲 보는 법도 있나’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생강나무를 알지 못하면 생강나무는 그저 스쳐 가는 평범한 관목에 불과하지만 나무와 꽃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숲을 보면 더 넓고 크게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숲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숲 설명회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평범한 봉급생활자였던 김 대표도 숲이 좋아 숲에 대해 공부하다 10년 전 아예 조그만 수목원을 세우고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 신나무, 옻나무, 화살나무에 구절초, 미역취
가을은 숲을 찾기 좋은 계절이다. 주말이 되면 도시 근교 수목원에는 숲을 즐기려는 인파로 가득하다.
가을 숲은 울긋불긋하다. 숲을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대표적인 나무는 단풍나무다. 잎이 타원형이고 밑 부분이 세 갈래로 얕게 갈라지는 신나무도 자주 볼 수 있다. 이 밖에 옻나무, 화살나무 등도 가을 숲을 붉게 물들인다.
도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은행나무를 비롯해 생강나무, 호두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은 숲을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가을 숲에서 자주 눈에 띄는 야생화로는 흰색의 구절초, 노란색의 미역취, 자주색의 수리취를 꼽을 수 있다.
○ 정오 전후 피톤치드 최고… 옷은 좀 헐렁하게
숲을 즐기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은 맑고 바람이 적은 날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다. 이때는 공기 중에 식물이 내뿜는 항균 성분인 ‘피톤치드’의 함량이 가장 많다.
피톤치드는 숲 속에 들어설 때 가슴 속을 파고드는 향기의 실체다. 식물은 가지가 꺾이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병원균 침투를 막기 위해 살균 성질이 있는 화학물질을 내뿜는데, 이 물질을 피톤치드라고 한다.
피톤치드를 들이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폐 기능이 강화되며 살균 작용도 이루어진다.
피부로 피톤치드를 쐬려면 꼭 끼는 옷보다는 헐렁한 옷이 좋다. 그래야 근육 활동도 방해받지 않는다. 숲 속을 걷다가 덥다는 생각에 소매와 바지를 걷어 올리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가시에 찔리거나 가지에 긁힐 수 있으며 벌레에 물리기도 쉽다.
챙이 있는 모자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머리 위로 벌레나 부러진 나뭇가지 등이 떨어질 수 있다. 신발은 가볍고 밑창이 두꺼우며 요철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 좋다.
○ 아이들은 가르치지 말고 뛰어놀게 하세요
숲은 아이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 20명을 데리고 가면 5∼7명은 설명을 듣지 않고 딴 짓을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물어보면 설명한 내용을 대충 아는 거예요. 아이들의 귀가 열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거 봐라, 저거 봐라’ 하고 다그치지 말고 스스로 즐기도록 두는 게 좋습니다.”
김 대표는 “아이들 목에 쌍안경을 걸어 주고 손에 돋보기, 포집병, 핀셋, 동식물 도감 등을 들려 주면 아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알아서 공부하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숲 전문가들은 “숲을 즐기려면 볼거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볼거리만 좇아 꽃이 어디 있는지, 단풍이 어디 있는지 등으로 눈을 돌리기 때문에 숲을 온전히 감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약간의 음식과 책을 들고 와서 적당히 걷다가 적당한 자리에 앉아 옷도 적당히 벗고 바람을 쐬며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은 제대로 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숲 감상은 시간 여유를 갖고 하는 것이 좋다. 시간 제약이 있는 단체 관람객들은 숲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돌아갈 시간과 차편 등이 머릿속에 꽉 차서 숲이 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도시에서 귀농해 가축사료 만드는 일을 한다는 강대원 씨는 “숲을 알고 숲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려고 숲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숲에 다녀왔다는 성취감보다는 숲에 자신을 맡기고 동화되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을에 가볼 만한 국유 자연휴양림 자료: 산림청소재지연락처특징유명산031-589-5487국내 최초로 조성된 휴양림. 서울 근교백운산033-766-1063수려한 계곡이 유명. 강원도 소재
방태산033-463-8590다양한 나무와 울창한 숲, 야생화로 유명 대관령033-641-9990오죽헌, 경포대, 용평스키장 등 관광명소가 가까움황정산043-421-0608수려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음 칠보산054-733-5470동해 바다와 산림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음
신불산052-254-2124맑고 깨끗한 파래소 폭포와 은빛 억새평원이 장관지리산055-963-8133가을 단풍과 겨울 설경이 일품남해편백055-867-7881푸른 남해 바다와 울창한 편백을 볼 수 있음가리왕산033-562-5833산악레포츠와 산림휴양 동시 체험오서산041-936-5465억새풀밭이 장관을 이룸
가평=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숲 해설가, 나도?… 140시간 교육 받으면 주말에 활동할수도
“자연과 늘 함께할 수 있어서 좋죠.”
숲 해설가들이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다.
숲을 찾는 인구가 늘면서 숲 해설가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는 퇴직자를 중심으로 숲 해설가 지망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있다.
숲 해설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숲연구소의 김신희 교육팀장은 “숲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숲 해설가도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평소 현업에 근무하다가 주말에는 숲 해설가로 일하는 대학생이나 현직 교사도 늘고 있다”고 말한다.
숲 해설가 양성 프로그램이 전국에 수십 개나 되다 보니 어떤 프로그램을 택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도 사실이다. 숲 해설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봤다.
산림청은 올해부터 숲 해설가 교육과정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숲해설가협회, 숲연구소, 상지대 산림과학과, 충북 숲해설가협회 등 4개 기관은 인증 교육과정 운영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인증 교육과정의 경우 주 2, 3회씩 총 140시간(4개월∼1년 과정)의 이론과 실습 교육을 마치면 수료증을 받는다. 이론 과정에서는 숲 해설 개론을 포함해 산림과 생태계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 야생동식물학, 아동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을 배우며 실습 과정은 산림청과 연계해 운영된다.
이들 기관에서 운영하는 숲 해설가 프로그램의 수강료는 45만∼120만 원 선이다. 이들 기관은 수료자에게 숲 해설을 요청하는 단체, 기관과 연결해 주기도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2, 3년 현장에서 경험을 쌓으면 산림청 산하의 휴양림, 국립공원 등에서 채용하는 숲 해설가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대한노인회 숲체험 지도자 클럽에서 운영하는 숲 해설 지도원 양성과정은 60세 이상이면 지원할 수 있다. 주 3일씩 3개월간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하며 수강료는 3개월에 20만 원.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루 2시간 정도 숲 해설을 하면 국고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인일자리 지원사업 차원에서 지급되는 수업료 2만 원을 받는다. 단 학생들이 수업 시즌인 4∼7월과 9, 10월에만 주로 활동하며 정부 예산상의 한계로 한 달에 10회까지만 급여를 지급한다.
문명찬(71) 씨는 이 기관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2002년부터 서울 노원구 수락산, 마포구 난지도 하늘공원 등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문 씨는 “숲에서 젊은이들과 수시로 만나다 보니 5년 전 일을 시작했을 때보다 더 젊어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숲 해설가 교육 프로그램기관홈페이지 주소연락처*숲연구소www.ecoedu.net02-722-4527∼8*충북 숲해설가협회www.sup.or.kr043-255-2845
*상지대 산림과학과
숲해설가 양성교육원ife.sangji.ac.kr033-730-0523*사단법인 숲해설가협회foresto.org02-747-6518대한노인회 중앙회
숲체험 지도자 과정koreapeople.co.kr02-362-3331*는 산림청 인증 숲해설가 교육과정 운영기관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