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이라도 돈을 잃으면 복리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가치투자자는 ‘복리의 마술’에 대해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원금 손실 없이 오랜 기간 꾸준한 수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투자 원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피터 린치는 1626년 맨해튼 땅과 24달러 상당의 장신구를 맞바꾼 맨해튼 인디언과 네덜란드 이주민들 사이의 구슬 거래를 예로 든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땅을 24달러에 바꿔 버린 이 인디언들은 정말 잔인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린치는 이렇게 말한다.
“24달러를 복리 8%로 그 오랜 세월 동안 계산해 본다면 그 인디언들은 지금쯤 30조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자산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맨해튼 지역의 최근 과세 기록을 들춰 보면 토지 가격은 공시지가로 281억 달러(1998년 기준)에 불과하다.”
워런 버핏도 복리를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중 하나인 ‘모나리자’의 예를 들어 버핏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540년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2만 달러에 사들였다. 만약 그가 같은 액수를 세금 공제 후 6%의 수익률로 모나리자가 아닌 다른 데 투자했다면 1964년경 그의 자산은 1000조 달러가 됐을 것이다.”
가치투자자들은 돈을 잃는 것을 싫어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잃지 않으면 복리를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잃지 않는다는 것이 복리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만일 주식 투자로 50%의 손실을 내면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100%의 수익이 필요하게 된다. 50%의 손실은 쉽게 날 수 있지만 100%의 수익을 달성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단 한 번이라도 크게 돈을 잃으면 복리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펀드 투자도 마찬가지다. 매년 연말이면 언론에서 ‘베스트 펀드’를 발표하는데, 수익률 1등을 기록한 펀드에 시중자금이 몰린다. 하지만 수익률 1등을 해도 그 다음 해에 손실을 크게 입으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오히려 깨지지 않는 펀드를 골라 장기 투자하는 것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길이다.
전형적인 예가 바로 린치다. 린치의 연간 수익률은 단 한 번도 상위 10%에 들어 본 적이 없지만 14년간 누적 수익률로는 독보적인 1위였다. 바로 복리 효과 때문이다. 린치는 연간 수익률로 단 한 해도 손실을 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