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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외교 ‘복종’ 통일 ‘소신’ 국방

입력 | 2007-10-17 03:17:00

방위산업 전시회장의 대통령과 국방장관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이에 대해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는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16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해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靑 남북정상회담 후속조치 드라이브… 외교안보부처 ‘3부3색’

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 한반도 평화체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획정 문제 등 남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와 관련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부처인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가 ‘3부(部) 3색(色)’의 대응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잘 ‘이해’한다고 자부하는 외교통상부는 북핵 폐기의 단계를 보아 가며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태도지만, 남북관계 주무부서인 통일부는 ‘자주 원칙’에 따라 남북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기회가 왔다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실질적인 영토선인 NLL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눈치 빠른’ 외교부=외교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내 희망은 (종전선언을 위한 3, 4자 정상회담을) 임기 내에 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실현가능성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들은 연내에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기껏해야 연내 개최 가능성이 있는 6자 외교장관회담에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의 개시’를 선언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정상들이 모여서 (평화체제 협상 개시 선언을) 하겠다고 하면 개시 자체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도 13일 “우리는 비핵화의 빠른 진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일부는 그 다음에 올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월 개최가 유력해 보였던 6자 외교장관 회담의 성사 가능성도 낮춰 잡았다. 송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그런 거 없다. 기대할 것 없다”며 “현재 계획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외교부 당국자들이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을 방문한 뒤 나온 것이어서 주변 4강의 입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절대 충성’ 통일부=통일부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이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각종 강연에 적극 나서 정상회담 성과와 남북관계 발전 비전을 홍보하는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4일 개성공단에 들러 “이곳은 남북이 하나 되고 함께 성공하는 자리이지 누구를 개혁 개방시키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하자 통일부가 즉각 홈페이지 개성공단사업 소개코너에서 ‘개혁 개방’ 표현을 삭제한 것은 이 장관의 의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장관은 9일 한 학술회의에서 정상회담 의의에 대해 “남북 주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가속화해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이 장관은 NLL에 대해 “안보적 개념이지 영토의 개념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어떤 사물을 볼 때 그 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다르게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군이 목숨을 바쳐 지키고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해를 구분하는 경계선인 NLL은 반드시 수호해야 하는 해상경계선이라는 발언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소신파’ 국방부=노 대통령의 NLL 발언 파문에 대해 국방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NLL 양보 불가’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방부의 ‘NLL 소신’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전부터 확고했다.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닌 안보 개념’이라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고 반박했다.

김 장관은 또 ‘NLL의 영해선 주장은 위헌’이라는 서주석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수석비서관의 언론 기고에 대해 “아주 부적절한 시기에 나온 글”이라고 공개 질책했다. 일각에선 권력 핵심부의 의중이 반영된 NLL 재협상론에 계속 제동을 거는 김 장관의 경질설이 나돌기도 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노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NLL 논란이 다시 불거졌지만 김 장관은 요지부동이다. 11일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김 장관은 ‘대통령의 NLL 발언에 이견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견이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 이견이 있다고 말하면 대통령께…”라며 말을 흐렸다.

김 장관은 군을 보호하기 위해 실질적 해상경계선이자 영토 개념으로 사수한 NLL을 양보할 수 없다는 소신이 확고하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다음 달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한이 NLL 무력화 공세에 나설 경우 국방부가 적극 대처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