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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효과’에 의한 미국 성장은 끝났다”

입력 | 2007-10-17 17:28:00


"자산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부의 효과'에 의해 미국경제가 성장해 왔지만, 이제 '부의 효과'가 끝났다는 게 문제다."

모건스탠리 스티븐 로치 아시아 회장은 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07 세계지식포럼(매일경제 주최)'에서 이 같이 밝히며 "아시아 역시 미국의 이런 상황에 대해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치 회장은 "미국 경제를 받쳐온 요소는 소비와 '부의 효과'"라며 "미국 소비자가 계속해서 소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호황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주택가격은 역사적으로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금리는 저렴해 마치 집이 현금을 뽑아내는 자동인출기 기계와 같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는 올해 30년래 최고의 소비 규모를 기록했다. 민간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72%까지 올라가 역사적으로 가장 높았다.

그는 "세계 어느 선진국도 이렇게 높은 비중을 보인 적이 없어 미국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 전 세계 소비를 받쳐줄 수 없게 된다"며 "중국이 부상했지만, 아직은 미국의 9분의 1에 불과해 중국 소비만으로 세계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제 소비를 받쳐줬던 '부의 효과'가 끝났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로치 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미국 주택가격은 2005년 13.5% 상승하며 최고치를 찍은 뒤 정체상태고, 내년께면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가격이 하락한 것은 근대 역사상 없었던 일"이라며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까지 겹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저하된다"고 우려했다.

로치 회장은 "서브프라임 문제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미국 소비는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은 이런 우려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지만, 2008년 미국은 경기 침체기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긍정론 일색인 현 증시상황을 7년 전 닷컴 버블 당시와 비교하며 "7년 전에도 닷컴 버블을 왜 걱정하느냐고 했고, 닷컴이 무너져도 미국경제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논리 일색이었지만, 버블이 꺼지자 2년 반 동안 S&P는 40% 이상 떨어졌고 미국 경기는 침체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브프라임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7년 전 닷컴 버블 붕괴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에 충격을 줬듯, 서브 프라임 문제도 실물경제에 위기가 돼 미국경제가 향후 2년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 여름 불거진 서브프라임 위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아시아가 서브프라임 문제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해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는 이제 아시아가 미국경제와 디커플링(비동조화)됐다고 생각하지만, 아시아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상 고점인 반면 내수는 저점이어서 디커플링을 믿지 않는다"며 "여전히 아시아 발전에 있어서 미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고, 아시아는 타격을 입을 수 있는데도 아시아증시는 폭발해 미국의 침체가능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