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구 기자
한 여인의 사랑이 죽은 남편의 영혼을 꿈속으로 불러온다. 남편과의 아름다운 추억에 젖어 사는 그녀의 유일한 낙은 잠자면서 남편을 만나는 일. 그러나 남편의 영혼은 생각만큼 쉽게 다가오지 않고 여인은 춤도 추고 추억이 깃든 신발도 가져가 보이기도 하며 남편의 영혼을 붙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 유인우 in 김지영
2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극장 ‘모시는사람들’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몽연’의 여주인공 유인우 역을 맡은 김지영(사진) 씨는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랑이죠. 일생 동안 이런 사랑을 한 번 하고 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라며 말을 열었다.
“제가 설정한 ‘유인우’라는 인물은 너무나 온전한 사랑에 빠져 있는 거죠. 몸도 약하고 가진 게 별로 없고 모든 면에서 약자였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사랑해 주고 세상을 알게 해 준 남편이자 애인이자 오빠이자 친구인 그 남자에게서 헤어 나올 수 없는 거죠.”
그러나 김 씨는 “단순한 남녀 간의 러브 스토리는 아니다”라며 “마지막 장면에 반전이 있어요. 결론적으로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남녀 간의 표상적인 사랑보다 더 큰 범위의 사랑, 인류와 우주에 대한 사랑인데 그 부분이 이 작품이 갖는 색다른 묘미”라고 말했다.
촬영 : 유성운 기자
○ 김지영 in 유인우
그녀는 결혼 4년차 주부다. 역시 배우인 남편 남성진 씨와의 생활을 묻자 “아직도 풋풋한 신혼 같다”며 자랑했다. “‘유인우’ 역에 빠져 연습을 하다 보니 그동안 내가 사랑받았던 소중한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남편이 비 오는 날에 비 맞은 꽃 한송이를 선물해 준 기억, 어느 날 너무 피곤해 늦게 일어나니 밥상을 차려 준 기억….
김 씨는 이번 작품을 끝으로 잠시 쉴 예정이다. “아이를 가질 예정인데 이번 연습을 통해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성찰을 했어요. 이래저래 연기를 하며 제가 관객에게 주는 것보다 얻어 가는 것이 더 많은 작품이 될 것 같네요.” 12월 30일까지. 2만5000원. 02-741-3581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