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백제 땅이었던 대전 유성지역의 한 청년이 신라와의 전쟁에 나갔다가 화살에 맞고 붙잡혔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탈출에 성공해 집으로 돌아왔으나 호된 노역과 매질의 여파로 몸져눕고 말았다.
외아들의 회복만을 간절히 기도하던 노모는 어느 날 약을 구하러 집을 나서다 논두렁에 떨어진 학 한 마리를 발견했다. 학은 상처 부위를 무언가에 부비더니 이내 퍼덕거리며 하늘로 날아갔다. 학이 떨어졌던 자리에 가 보니 뜨거운 물이 솟구치고 있었다. 노모가 이 물을 떠다가 아들을 목욕시키자 금방 건강을 되찾았다.
노모는 그 후 이곳에 움막을 지어 사람들이 목욕으로 병든 몸을 고치도록 했다. 유성구가 전하는 유성온천의 시작이다.
대전지하철 유성온천역(유성구 봉명동) 주변은 온천 목욕탕과 호텔, 유흥주점 등이 밀집해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과학 두뇌인 대덕연구단지도 바로 이곳에 있다.
▽온천과 휴양의 고장=유성구에 따르면 유성의 온천탕 시조는 1932년 공주 부자 김갑순 씨가 세웠던 온천장이다. 이 자리에 1968년 최신식 관광호텔의 형태를 갖춘 유성관광호텔이 들어섰다. 현재의 리베라 호텔 전신인 만년장도 광복 후인 1958년에 문을 열었다. 이 때문에 유성은 1960, 70년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휴양지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면서 현재는 670만가량으로 관광객이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유성구는 2008년 말까지 25억 원을 투입해 유성호텔∼계룡스파텔 구간 1km를 웰빙 녹지공간과 화려한 조명시설이 들어서는 ‘명물 테마 거리’로 조성하기로 했다.
진동규 유성구청장은 “이달 5일 이미 시민들을 위한 야외 온천족욕체험장을 개설했다”며 “앞으로 유성온천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연구의 산실=유성구 도룡동과 구성동 장동 등지에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1973년 ‘과학 입국’을 주창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세워졌다.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원 등 출연기관 21개. LG화학 등 대기업부설기관 43개, 한국토지공사 등 투자기관 9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충남대 등 교육기관 6개, 벤처기업 762개가 밀집해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같은,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연구기관 및 기업 단지이다.
▽할머니 순대의 맛, 놀이공원의 즐거움=리베라 호텔 뒤편에 50년 전통의 ‘유성할매순대(한흥집·822-6152)’가 있다. 창업자인 할머니는 작고했고 지금은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커다란 솥에서 팔팔 끓는 순댓국에 밥을 넣고 파와 고춧가루를 얹어 내놓는다. 순댓국밥 특유의 돼지고기 냄새는 별로 없고 구수한 육수 냄새가 가득하다. 30년 단골이라는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의 성도영(55) 씨는 “주변에도 순댓국밥집이 여럿 있지만 칼칼한 맛이 좋아 이리로 온다”고 말했다. 가격은 2500원.
이 밖에 들깨탕의 감칠맛과 정갈한 음식으로 유명한 ‘궁 한정식’(824-2552)과 양파와 해물이 어우러진 매콤하고 구수한 맛의 짬뽕을 먹을 수 있는 동해원(823-3495), 생복어찜으로 잘 알려진 유성복집(823-5388) 등도 가볼 만하다.
1983년 대전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생긴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은 대전 최대의 놀이 공간이다. 전기에너지관, 자연생명관, 에너지관, 아쿠아월드, 보디월드 등이 있고 주변에는 놀이공원인 꿈돌이동산이 자리 잡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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