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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김경준’ 대선판에 끼어드나

입력 | 2007-10-20 03:00:00


美법원 송환 허용… 국무부 60일 안에 결정

선거운동 시작되는 내달 말 한국행 가능성

검찰, 사기 등 기소중지 4가지 사건 재수사

투자자금 횡령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돼 미 연방교도소에 수감된 전 BBK 대표 김경준 씨가 11월 말에는 한국에 송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의 미 연방 제9 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18일 김 씨가 제출한 인신보호 청원 항소 각하 요청과 관련해 김 씨의 신청서를 받아들였다. 한국에 송환되기를 원한다는 김 씨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

김 씨는 2003년 5월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자택에서 체포돼 2004년 한국 송환 판결을 받았으나 미국에서 자신을 상대로 제기된 다스 등의 민사소송 사건 방어에 필요하다며 ‘인신보호 청원’을 제출하고 송환을 거부해 왔다. 그는 이후 태도를 바꿔 10월 3일 법원에 인신보호 청원 항소 각하 신청서를 제출하고 귀국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국선 변호인으로서 김 씨의 한국 송환 재판을 담당하는 게일 아이번 변호사는 18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씨의 한국 송환과 관련한 항소법원의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제 김씨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이번 변호사는 ‘송환 시기가 언제쯤으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며 전적으로 미 국무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원결정에 추가로 재심을 요청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불가능하다. 법원 판결은 이제 종료됐다”고 답변했다.

김 씨의 귀국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측의 미국 소송 대리인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는 9일 ‘미국에서 진행되는 민사소송 사건에서 김 씨의 추가 증언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원에 김 씨의 항소 각하신청서에 대한 판결 유예 요청서를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18일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린 데는 16일 미국 법무부가 그동안의 판례와 함께 김 씨가 왜 한국에 송환돼야 하는지를 정리한 서류를 제출한 것이 큰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법무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김 씨를 체포해 구금했던 미 법무부 산하 연방보안국은 김 씨 한국 송환재판과 관련한 기록을 검토한 뒤 이를 미 국무부에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관심은 김 씨가 한국 대선 이전에 송환될지에 있다. 김 씨는 그동안 이명박 후보 관련 의혹을 제기해 왔으나 이 후보 측은 이를 부인해 왔다.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 씨와 처남 김재정 씨가 소유한 다스는 현재 미국에서도 김경준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한미범죄인인도협정상 미 국무부는 법원의 송환결정 후 60일 이내에 인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 법무부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통상적으로 기한 만료 시점을 3주 앞두고 결정해 왔다. 계산상으로는 11월 말에 인도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11월 25, 26일은 대선 후보 등록일이고 27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미 국무부가 김 씨의 신병인도를 최종 승인하면 한국 검찰은 미국에 호송팀을 보내 연방보안국으로부터 김 씨 신병을 인계받는다.

일단 미국 법원의 최종 송환결정이 나온 데다가 당사자인 김경준 씨가 한국 송환을 원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김 씨가 11월 말 이전에 송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현지 법조계의 견해다.

한국 법무부는 미 국무부의 최종적인 신병 인도 결정에 대비해 호송절차에 착수했다. 검찰은 김 씨가 송환되면 기소중지 상태로 수사해 온 김 씨의 증권거래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사문서 위조 등 4가지 사건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李측 “鄭후보 측근, 귀국 관여한 정황”鄭측 “李측, 일정 늦추기 직거래 시도”

한나라 “金씨 귀국한다해도 달라질 것 없어”

민주당 “李후보 지금이라도 고해성사해야”

미국 법원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 씨의 귀국을 승인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각각 상대편에 대해 ‘배후설’과 ‘귀국 연기 음모설’을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 후보의 측근인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19일 “귀국을 하면 바로 형사처벌이 될 게 뻔한 김 씨가 대선 직전 귀국하는 배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 후보의 한 측근이 김 씨의 귀국에 관여돼 있다는 믿을 만한 정황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 선대위 관계자는 “정 후보 측이 김 씨에게 2002년 대선정국에서 김대업 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비리의혹을 제기해 이 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김 씨가 귀국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이 귀국 배후설을 제기한 데 대해 정 후보 측 민병두 의원은 “미국 법원 결정에 배후의 개입이 가능한 일이냐”며 “김 씨의 귀국 연기 음모의 배후가 이명박 후보 아니냐”고 반박했다.

민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김 씨가 오면 600억 원 주식 사기사건에 이 후보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 측 대변인 최재천 의원은 “이제 김 씨의 귀국은 미국 국무부의 승인만 남겨 놓은 상태인데 이 후보 측이 미 국무부를 상대로 ‘직거래’ 움직임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숱한 의혹을 낳고 있는 BBK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고해성사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