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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대통령’ 2009년 탄생

입력 | 2007-10-20 03:00:00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 모인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은 EU 헌법을 대체할 새 개정 조약의 내용을 확정했다. 리스본=AFP 연합뉴스


■ EU 개정 조약 내용 확정

임기 2년6개월 연임가능…외교총책직도 신설

주요정책 결정 만장일치 대신 다수결제 확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을 대체하는 ‘개정 조약(Reform Treaty)’의 내용을 확정했다. 이로써 EU는 창설 50년 만에 경제 통합에 이어 정치 통합의 길을 열게 됐다.

부결된 헌법은 로마(1957년), 마스트리히트(1992년) 조약 등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개정 조약은 기존 조약을 보완 수정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이란 말이 빠지고 국기 국가 등 EU 상징물 규정이 삭제됐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헌법처럼 상임적 지위를 갖는 대통령직과 외교 총책직이 신설됐다.

새 조약은 연말 정상회의에서 공식 서명을 받은 후 2008년 중 회원국 비준을 거쳐 2009년 상반기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대통령직은 회원국이 6개월마다 돌아가며 맡는 기존의 순회 의장직을 2년 6개월 임기의 상임 의장직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통령직은 1회 연임이 허용된다.

임기 5년의 새 외교 총책직도 신설된다. 새 외교 총책은 현재 외교안보정책을 맡고 있는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고위대표와 구호 활동을 전담하는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의 직무를 통합하는 것이다.

새 조약은 유럽 기본권 헌장의 구속력을 강화했다. EU 시민의 자유와 평등, 정치 사회적 기본 권리를 담고 있는 기본권 헌장의 54개 조항이 모두 구속력을 갖게 됐다.

그러나 영국과 폴란드에는 선택배제권(opt-out)이 주어졌다. 특히 미국식 시스템에 가까운 영국은 이 헌장의 내용을 받아들일 경우 기업의 근로자 해고 권한 등이 제한될 것을 우려했다.

또 만장일치제 대신 이중다수결제가 확대됐다.

이중다수결제는 EU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기 위해 역내 인구의 65%와 회원국 수의 55% 이상(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의 찬성으로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2014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며 2017년 완전 도입된다.

이중다수결제는 특히 사법과 경찰 분야에서 만장일치제를 대체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단, 영국과 아일랜드는 경찰과 사법 분야 공조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외교정책과 조세, EU 예산 및 수입에 관한 결정은 만장일치제가 유지됐다.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물에 관한 조항이 삭제됐지만 푸른색 바탕에 황금 별 12개가 새겨진 EU 기(旗)나 EU의 노래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종전처럼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프랑스의 요구로 EU의 창설 목표 중 하나인 ‘자유롭고 왜곡되지 않은 경쟁이 이뤄지는 역내 시장’이란 대목이 조약 본문에서는 삭제됐으나 영국 등의 요구로 부속문서에 같은 내용을 수록하기로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