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한국 기준으로 보면 버릇없기 짝이 없다. 대통령 답변 도중에도 말을 잘라 가며 꼬치꼬치 묻기 일쑤다. 17일 생중계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기자) “(차분하게)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시설 폭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부시) “생각에 변화 없다. 하나 더 질문해도 좋아.”
(기자) “이스라엘이 단행한 1981년 이라크 핵시설 공격은 어떤가.”
(부시) “그때 난 텍사스 주에서 사업할 때다. 오래전 일은 기억 못한다.”
(기자) “현직 대통령으로서 생각은….”
(부시) “(질문을 가로채면서) 당시 난 사업가로 일했는데….”
(기자) “그래도 역사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부시) “사학도? 좋지. 솔직히 기억에 없다.”
(기자) “그래도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본다면….”
불과 10초 정도의 시간 동안 기자와 대통령은 짧고 빠르게, 말을 주고받았다.
(부시) “내가 답하도록 만들려 하는 그 질문, 난 답변 않겠다. (다른 기자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시작하라고 손짓)”
(기자) “(정색을 하면서) 왜 답변 못하는가. 지금 이란 핵개발과 이스라엘 관계로 볼 때 충분히 물을 가치가 있는데.”
(중략)
(부시) “뭘 물으려는지 알겠지만, 난 답 안 한다. 질문 고맙다.”
백악관의 동영상과 속기록을 살펴봤더니 1분 50초 동안 최초 질문 및 10번의 추가 질문이 나왔다. 대통령과 출입기자의 가벼운 설전이었다. 백악관 참모들의 생각은 알 길이 없지만, 부시 대통령이 기자의 거듭된 질문을 무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기자단이 자율적으로 누가 어떤 순서로 질문할지를 결정하고, 원만한 진행을 위해 ‘질문 내용’까지 청와대에 알려 준다. 대통령의 답변이 질문과 겉돌 때 추가 질문을 통해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백악관 회견을 보며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현직 대통령에게 정중하지만 거침없이 질문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를 다하는 것으로 미국 대통령은 이를 존중한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김승련 워싱턴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