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노대통령 ‘자이툰 파병연장’ 담화 전문

입력 | 2007-10-23 14:46:00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오후 2시20분 TV생중계를 통한 대국민 담화에서 '자이툰 부대 임무 종결시기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밝혔다. 다음은 담화 전문.

"정부는 지난해, 자이툰부대의 주둔 연장에 대한 국회의 동의를 받으면서, 그 조건으로 주둔 병력의 수를 2300명에서 1200명으로 줄이고, 올해 말까지 나머지 병력을 모두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이툰부대 병력을 1200명으로 줄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에 다시 자이툰부대의 병력을 올해 말까지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고, 나머지 병력의 철군 시기를 내년 12월까지로 하여 단계적으로 철군하도록 하는 안, 좀 더 분명하게 말하면 지난해 약속한 완전 철군의 시한을 내년 말까지 한번 더 연장해 달라는 안을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

제출에 앞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이해와 협조를 구하고자 한다. 정부가 지난해 한 약속과 다른 제안을 드리게 된 점에 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2003년 자이툰부대를 파병할 당시 여러 가지를 고려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었다. 북핵 문제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한-미 공조의 유지가 긴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재배치, 전략적 유연성 문제 등 한-미 관계를 재조정하는 데 있어서도 긴밀한 한-미 공조가 필요했다.

지난 4년간 이들 문제가 진전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선택은 현실에 부합한 적절한 것이었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었던 것도, 해묵은 안보 현안들을 거의 다 풀어올 수 있었던 것도 굳건한 한-미 공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6자회담이 성공적 열매를 맺어가는 국면에 있다. 남북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 안보 협력도 논의되고 있다.

이 모두가 미국의 참여와 협력 없이는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자이툰부대의 평화와 재건 활동은 우리의 에너지 공급원인 중동지역의 정세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자이툰부대는 현지 주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동맹군들 사이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이라크에는 미국 외에 세계 26개 나라에서 1만2000여 명의 군대가 주둔하여 미국의 작전을 돕고 있다. 이들 중에서 역사적으로나 안보, 경제적으로 미국과 가장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이다. 또한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가 자이툰부대의 주둔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은 당초부터 파병의 목적이 아니었지만, 지난해부터 우리 기업의 이라크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철군하면 그동안 우리 국군의 수고가 보람이 없는 결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는 이 모든 면을 심사숙고해서 단계적 철군이라는 새로운 제안을 국민 여러분께 드리게 되었다. 이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깊은 이해를 부탁드린다.

이번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대통령으로서 저 자신의 고민도 많았다. 철군 시한 연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국민 여러분께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도리인 줄 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저에게도 명분이 상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 더욱 중요한 것은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고 마음을 모아 달라. 정치권에도 간곡히 당부 드린다. 한반도에 평화를 뿌리내리고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현명한 판단을 부탁드린다.

앞으로 정부는 국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우리 장병들이 임무를 마치고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의 양해와 협조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