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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뷰티]‘가을 불청객’ 아토피 3단계 치료법

입력 | 2007-10-24 03:03:00


초기엔 생활습관 교정

심하면 약물치료-주사

《아토피에 걸린 아이는 긁다가 잠들고 부모는 울다 잠든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당사자나 보는 사람 모두 고통스러운 게 아토피다. 한국에서 소아의 10%가 걸릴 정도로 흔하고 성인 환자도 늘고 있지만 원인 물질이 다양하고 증세와 처방도 제각각이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모르는 병이기도 하다. 찬바람이 불고 건조해지면 더 심해지는 아토피를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

○ 비누 사용하면 포도상구균 잡을 수 있어

아토피는 특정 물질이 몸에 들어와 가려움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증상이 심해지다 보면 아토피 원인 물질뿐만 아니라 매운맛, 찬바람 등 자극을 받으면 이상 반응을 보인다. 또 증세가 피부, 기관지, 코, 위장 등 부위를 옮겨 다니며 나타난다.

오락가락 제멋대로인 아토피를 잡으려면 피부 치료만 열심히 해선 안 된다.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곳, 심지어 스트레스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는 “아토피 치료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1단계는 약물 치료 없이 생활 습관 및 환경을 바꿔 주는 단계다. 뺨, 등, 가슴, 허벅지, 팔꿈치, 무릎 뒤 등 몸에서 외부에 노출되거나 옷에 스치는 부분만 거칠고 빨갛게 변하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해당된다.

우선 원인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 아토피를 일으키는 식품은 계란, 우유, 두유, 땅콩(피넛버터) 등 몇 가지 안 된다. 통상 아토피 증세가 나타나면 원인 물질을 찾기 위한 검사를 하는데 검사에서도 오류가 나올 수 있기에 실생활에서 실험해 보는 게 좋다. 가장 빈도가 높은 계란(과자 빵 포함)을 먹이지 말아 보자.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계란은 먹이되 우유를 금지하는 식으로 하나씩 점검하는 게 좋다.

목욕도 신경 써서 해야 한다. 한때 아토피 환자는 알칼리 성분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며 비누를 쓰지 말고 물로만 목욕시키라고 의사들이 조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비누를 쓰라고 권한다.

식중독의 원인이기도 한 포도상구균이 아토피를 심화시키는데 이 균은 비누를 써서 잡을 수 있다. 비누를 쓰되 찌꺼기가 남지 않게 잘 헹궈 내면 된다. 또 욕조에서 목욕을 하더라도 흐르는 물에 몸을 헹구고, 물기를 닦아 낼 때는 마른 수건이 아닌 물기를 한 번 짜낸 젖은 수건으로 닦는 게 좋다. 몸이 촉촉한 상태에서 바로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

정전기가 잘 발생하는 옷이나 옷깃이 몸에 자꾸 스치는 옷은 피하고 집 안에 있는 카펫, 천 소파, 매트리스 침대를 없애는 게 좋다. 페인트 등 강한 냄새가 나는 환경도 피해야 한다. 솜이불은 괜찮지만 집 먼지 진드기의 온상인 담요는 쓰지 않는 게 좋다. 이불은 자주 먼지를 털어 줘야 한다.

○ 스테로이드 약은 아침에, 항히스타민제는 저녁에

이렇게 했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2단계 치료로 넘어가야 한다. 물론 어느 단계든 1단계와 병행해야 한다.

2단계는 바르는 약을 쓰는 치료다. 환경을 바꿔도 염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스테로이드 약물을 써야 한다. 많은 사람이 스테로이드 약물은 부작용이 있다며 쓰기를 꺼리는데 모든 알레르기 질환은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차단해야 만성화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아침에 바르면 안전하다. 인체는 원래 아침에 스테로이드를 분비하기 때문에 이때 약물을 덧바르면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다. 반면 저녁에 스테로이드 수치가 떨어질 때 약물을 바르거나 먹으면 다음 날 오전이 돼도 스테로이드가 남아 있으니 분비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한다. 이런 상황에서 약물을 끊으면 인체가 자연적인 항염증 작용조차 못하게 돼 증상이 더 나빠질 우려가 있다.

증세가 나아져도 약물을 딱 끊지 말고 하루나 이틀 걸러 아침에 한 번씩 바르다가 서서히 끊으면 좋다.

가려움증을 잡기 위해서는 항히스타민제를 써야 한다. 감기에 흔히 쓰이는 약물로 졸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저녁식사 즈음에 이 약을 바르면 편히 잠들게 된다. 아토피는 긁지만 않으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바르는 약을 썼는데도 피부가 짓무르고 염증이 나면 주사요법 등 더 나아간 치료법을 써야 한다.

이 교수는 “실제로 이렇게 3단계 치료법을 써야 하는 환자는 극히 드물다”며 “시중에 새롭게 소개되는 각종 치료법은 이 3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1, 2단계 환자에게는 불필요한데도 권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산림욕으로 피톤치드 많이 쐬면 치료효과

아토피만큼 속설이 많은 병도 드물다. 사실인 것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것도 많다.

한 뿌리 질환이라고 해서 아토피에 걸리면 비염, 천식이 반드시 생길까. 연관성은 높지만 반드시 그렇진 않다. 다만 아토피 원인 물질을 없애면 비염, 천식의 원인 물질도 없어져 이들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낮아진다.

알레르기를 일으킨다고 소문난 음식을 무조건 먹지 말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아토피는 계란이나 우유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도 증세가 호전된다. 과하게 음식을 통제하면 영양 불균형 때문에 성장에 문제를 일으켜 알레르기를 잡기는커녕 아이를 잡게 된다.

편백나무에서 추출한 피톤치드 휘산기(공기청정기의 일종·중외제약 제품·사진), 스프레이, 비누 등 아토피에 좋다는 피톤치드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데 과연 도움이 될까. 국립산림과학원 강하영 박사는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나무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미생물을 죽이는 항균성이 있으며 특히 편백나무 잣나무 소나무의 피톤치드가 질과 양에서 우수하다”며 “삼림욕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건강에 좋듯이 이런 피톤치드를 집에서 쓰면 좋다”고 말했다.

흙에서 놀면 아토피가 생기지 않을까. 많은 이들이 흙과 친하게 지내면 아토피가 낫는다고 하지만 이를 증명한 연구논문은 아직까지 없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