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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첼로소나타 5곡엔 악성의 희로애락이 담겼죠”

입력 | 2007-10-24 03:03:00


불혹의 나이를 맞은 첼리스트 양성원(40·사진) 씨. 그가 국내 연주자로서는 최초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음반(EMI)을 내놓았다. 그를 서울 광화문 도심의 작은 공원에 있는 소나무 숲에서 만났다. 그의 이번 앨범 표지가 온통 사진작가 배병우의 유명한 소나무 숲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었다.

“베토벤은 어느 작곡가보다 숲을 좋아했어요. 나무와 대화를 나누며 명작을 작곡했지요. 그는 어려운 고난을 겪을 때 마지막에 신(神)에게 기댔어요. 하늘로 솟구친 소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하늘을 볼 때면 그의 시각이 느껴져요.”

베토벤 첼로 소나타는 첼로 음악의 ‘신약성서’로 불리는 작품. 5개의 첼로 소나타는 베토벤의 초기, 중기, 후기의 인생 역정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대표작이다. 1번 소나타는 첫 소절부터 첼로와 피아노가 동등한 역할을 함으로써 그동안 베이스 역할에 머물던 첼로를 독주 악기로 등극시킨 역사적인 작품이다.

“중기 시절의 대표작인 3번 소나타는 ‘운명’ ‘전원’ 교향곡을 작곡하던 시기의 화려함이 담겨 있어요. 5, 6번은 베토벤이 청각을 완전히 잃고 온갖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후기 시절의 문을 연 작품이죠.”

양 씨는 “베토벤의 중기 음악은 그가 ‘예술적 이상’에 도달해 탄생한 걸작들이고, 후기 음악은 자신의 ‘영적인 이상’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온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베토벤 이전의 음악은 무조건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었는데 베토벤은 아픔과 고통, 어두움까지도 음악의 영역에 포함시켰다”며 “베토벤을 모를 수는 있지만, 그를 알게 된다면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촬영·편집 : 동아일보 원대연 기자

그의 이번 앨범은 2년 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이어 영국 런던의 헨리우드홀에서 녹음됐다. 프로듀서인 토니 포크너 씨는 첼로와 피아노 사이에 놓인 ‘노이만 M50’ 마이크 한 대만으로 연주자의 숨소리까지 잡아내는 아날로그 녹음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그는 다음 달 4일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부아용과 함께 베토벤 첼로 소나타 5곡을 하루에 모두 연주하는 음악회를 연다. 장장 4시간(휴식 1시간)의 이벤트.

양 씨는 “보통 이틀에 나눠서 하는데 그러면 이틀 연속 듣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며 “하루 종일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에만 푹 빠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유형종 씨가 베토벤의 삶과 첼로 음악에 대한 해설을 곁들일 예정이다. 3만∼6만 원. 02-2187-6222

글=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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