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잘 먹기로 소문난 프랑스인들 왜 날씬한 걸까?

입력 | 2007-10-24 03:03:00


■ 이다 도시-우문식 대표 ‘앞치마 토크’

버터를 듬뿍 바른 바게트, 크림소스를 끼얹은 생선, 여기에 먹음직한 초콜릿 케이크 한 접시까지….

프랑스인들은 먹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살은 별로 찌지 않는다. 특히 프랑스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에 패션 감각까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미국식 패스트푸드의 영향으로 비만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그래도 프랑스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건강하고 날씬한 나라’로 꼽힌다.

최근 국내에서 프랑스식 다이어트 비결을 다룬 서적이 속속 출간되고 있으며 프랑스 요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레스토랑도 늘고 있다.

프랑스식으로 건강하고 날씬하게 사는 법에 대해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 도시 씨와 번역서 ‘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를 출간한 우문식 도서출판 물푸레 대표가 만나서 얘기를 나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이다 도시 씨는 지금도 16세 때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 대표는 프랑스식 다이어트를 실천해 1년 만에 몸무게를 89kg에서 74kg으로 15kg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다 도시=많은 한국인 친구가 ‘처녀적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물어봅니다. 저는 제일 먼저 재래시장에서 장을 볼 것을 권합니다. 프랑스에 가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도심에서도 작은 장이 자주 섭니다. 장에 가면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고 신선한 재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우문식=저는 조금씩 먹는 법을 배웠습니다. 프랑스 요리는 코스가 길고 종류도 많더군요. 그 대신 각각의 요리 양이 적습니다. 한꺼번에 한 상 차려놓고 먹는 한국 식사법과는 다르죠.

▽이다 도시=조금씩 먹는 것만큼 천천히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프랑스에서도 식사예절이 많이 간소화되고 있지만 아직 대다수 가정에서는 식사 때가 되면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고 냅킨도 꼭 사용합니다. 저는 저녁식사에 앞서 아이들에게 꼭 TV를 끄게 합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음식을 천천히 음미해 가면서 먹기 위한 ‘준비운동’에 해당합니다.

▽우문식=프랑스에 공원이 발달한 것도, 건물에 비좁은 구식 엘리베이터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도 모두 걷는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걸으려니까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간격으로 15분 정도씩 늘려 나갔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직장에서 집까지 1시간 30분 정도 걸어서 퇴근합니다.

▽이다 도시=프랑스 사람들이 포도주만큼 잘 마시는 것이 물입니다. 프랑스 속담에는 ‘빵, 사랑, 신선한 물을 먹고 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많이 마시기 힘듭니다. 그럴 때는 아침에 일어난 후와 저녁에 잠들기 전, 두 번은 꼭 챙겨 마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수프도 프랑스 식단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하루 세 끼 중 점심식사를 정찬으로 여기며 가장 잘 챙겨 먹습니다. 그 대신 저녁은 간단하게 수프 한 접시에 치즈 한 조각이나 야채 샐러드를 먹어서 위에 부담을 줄여 줍니다.

▽우문식=프랑스식 다이어트를 공부하면서 처음에는 포도주의 효능에만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좀 더 포괄적인 생활건강법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건강한 것은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는 ‘많이 걸어라’ ‘물 많이 마셔라’ ‘천천히 먹어라’ 같은 기본적인 원칙들을 생활 속에서 충실히 실천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다 도시=저는 살을 빼고 싶다면 체중계에 올라가지 말라고 한국 여성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체중계는 살 빼기의 더딘 과정을 보여 주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대한 의지를 오히려 꺾어 버리거든요. 그 대신 과거에 자신이 살이 덜 쪘을 때 입었던 바지를 자주 입어 보며 체중 조절 과정을 체크하는 것이 더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프랑스 여성들은 이것을 ‘지퍼 신드롬’이라고 부르죠.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다 도시의 야채수프 요리법▼

《프랑스 사람들은 일주일에 다섯 번 정도 수프를 먹는다.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뜨겁게 먹는다. 수프를 자주 먹으면 영양분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음식을 덜 먹을 수 있다. 감자를 주 재료로 하는 ‘수프 오 레귐 드 마망(Soupe Aux Legumes de Maman)’은 ‘어머니의 야채수프’라는 뜻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프랑스 사람들이 자주 먹는 수프 중 하나다.》

○재료(8인 기준)

감자 2개, 양파 1개, 마늘 2통, 작은 양배추 1통, 다진 토마토 2컵, 당근 4개, 샐러리 3개, 가지 2개, 버터, 소금, 후춧가루

○ 만드는 법

1. 감자를 작은 깍두기 크기로 썬다. 양파는 4등분 한다.

2. 작은 냄비에 물을 가득 붓고 감자 양파를 넣고 10분 정도 끓인다. 소금과 후춧가루도 넣는다.

3. 다른 야채들도 작게 썬 후 큰 냄비에 넣고 5분 동안 볶는다.

4. 작은 냄비의 내용물을 큰 냄비에 쏟고 모든 재료가 뭉근하게 될 정도로 끓인다.

5. 바게트, 달걀 반숙과 함께 먹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