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시즌을 시작할 때쯤이면 연례행사처럼 임근배 코치와 낚시터에 간다.
지난 2년 동안은 한두 마리씩밖에 못 잡았지만 모두 길이 40cm가 넘는 잉어였다. 좋은 징조 속에 모비스는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했고 올 5월에는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유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경기 용인시의 한 낚시터를 찾았다. 6시간 동안 잉어와 붕어를 20마리 가까이 잡았지만 월척(30cm를 넘는 붕어)은 아니어서 예전 같은 짜릿한 손맛은 볼 수 없었다. 마치 주전 대다수가 빠져나가 전력이 약해진 모비스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그런 유 감독에게 재미교포 김효범(브라이언 김·195cm)이 새로운 대어로 떠올랐다. 김효범은 지난 2경기에서 평균 24.5점을 넣어 득점 5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SK 방성윤(25.5점)에 이어 2위. 지난 주말 SK와의 경기에서는 3점슛을 7개나 터뜨리며 29점을 퍼부어 첫 승을 주도했다. 상대 견제를 덜 받은 데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지만 지난 시즌 41경기에서 넣은 3점슛(11개)의 절반이 넘는 개수를 하루 만에 집중시킬 만큼 폭발력을 지녔다.
김효범은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방성윤에 이어 2순위로 유 감독의 지명을 받았다. 공격력은 뛰어났지만 철저한 조직 농구를 구사하는 모비스에서 허술한 수비에 전술 소화능력이 떨어져 늘 벤치 신세였다. 긴 팔과 90cm의 엄청난 서전트 점프를 앞세워 지난 올스타전에서 덩크왕에 뽑힌 게 고작이었다.
‘동네 농구’ 수준이라는 혹평까지 들었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독하게 훈련했다. ‘농구의 고향’이라는 미국 물을 먹었다는 이유로 한때 한국 농구를 낮춰 보던 자세부터 바꾼 그는 슈팅 동작을 교정했고 한여름에도 혼자 코트에 나가 3점슛을 500개 이상 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네 차례씩 하는 훈련을 두 달 가까이 되풀이했다. 유 감독은 이번 시즌 김효범을 기대주로 지목하고 공을 들였다.
땀의 대가를 소중히 여긴다는 김효범의 돌풍을 지켜보는 일도 시즌 초반 흥미로운 관전거리가 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