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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신사, 전사 안한 한국인 60명 무단합사

입력 | 2007-10-24 03:03:00


살아있는 사람도 제사지내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군에 강제징용됐던 한국인 군인과 군속 중 전사자로 잘못 처리돼 야스쿠니(靖國)신사에 합사된 사람이 모두 60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23일 ‘야스쿠니신사 한국인 합사 경위 및 합사자 명부 진상조사’란 보고서를 통해 야스쿠니신사의 한국인 합사자 2만1181명 중 현재까지 생존해 있는 사람이 13명, 전쟁 뒤 사망한 사람이 47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군인으로 강제징용됐던 사람은 8명, 군속은 52명이었으며 군별로는 육군 소속이 10명이었고 나머지는 해군 소속이었다.

한국 정부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한국인 관련 종합조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생존자 증명돼도 합사자 명부서 안빼

전쟁 중 사망하지 않은 사람이 60명이나 야스쿠니신사 합사자 명부에 기록된 것에 대해 진상규명위는 전후 보상에서 제외된 한국인들에 대한 사망 확인 작업이 제대로 안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진상규명위 조사총괄과 오일환 유해팀장은 “일본 정부는 일본인 전사자 유족에게는 보상금과 야스쿠니신사 방문용 교통비 할인권을 지급하면서 일일이 확인 절차를 거쳐 생존자를 가려냈다”며 “그러나 한국인에 대해서는 이 같은 검증을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60명 중 현재까지 본인이나 유족의 동의를 얻어 합사자 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한 사람은 38명(생존자 9명, 유족 29명)이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 측은 생존자나 유족들이 ‘명부 삭제’나 ‘합사 취하’ 판정 요구를 할 경우 ‘생존 확인’이라는 통보만 해 줄 뿐 명부에서 삭제해 주지는 않고 있다.

특히 신사 측이 보유하고 있는 명부 중 가장 중요한 명부로 치는 ‘영새부(靈璽簿)’는 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어떠한 표기도 새로 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 팀장은 “야스쿠니신사는 합사자 중 분사는 없다는 원칙을 주장해 왔다”며 “명부 삭제와 합사 취하 대신 생존 확인이란 애매한 표현을 쓰고 영새본은 수정할 수 없다는 건 신사 측이 합사자 명부에 잘못 오른 사람들도 제외할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 당시 한국인은 일본인이라 무단 합사 가능

이 보고서에선 유족 동의 없이 ‘무단 합사’하는 게 전통이라고 주장해 온 야스쿠니신사 측의 논리를 반박하는 사례도 담고 있다.

지금까지 야스쿠니신사 측은 “합사는 메이지 이래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사전에 유족의 승낙을 얻어서 모시는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 따르면 러-일전쟁 중이던 1904년 보병을 운송하던 육군 수송선 히타치마루호가 러시아 함대의 공격을 받아 침몰했을 당시 사망한 선장 등 3명의 영국인에 대해서는 야스쿠니신사가 유족들의 동의를 얻은 뒤 합사했다.

이에 대해 오 팀장은 “야스쿠니신사는 영국인은 외국인이라 유족 동의를 구했지만 한국인은 당시 일본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동의를 구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