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4일 오후 4시 5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브리티시항공(BA) 002편이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에 착륙했다.
활주로 옆 스탠드에 모여 있던 1000여 명의 사람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수갈채 속에는 탄식이 섞여 있었다.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BA 002편은 승객을 태우고 운항한 마지막 콩코드였다. 1976년 1월 21일 처음 상업 비행을 시작한 지 27년 만이었다.
이날 콩코드에 탑승한 인원은 모두 100명. 뉴욕에서 런던까지 편도 요금은 무려 9000파운드(약 1680만 원)였다.
비행기에 탑승했던 영국 여배우 조앤 콜린스는 사라지는 콩코드의 시대에 대해 “참으로 비통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자리에 모인 영국인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제작한 콩코드는 6만 피트(약 1만8288m)의 고도에서 최고 마하 2.2(음속의 2.2배)의 속도로 대서양을 횡단했다. 8시간이 걸리는 런던∼뉴욕 사이를 콩코드는 3시간 반에 주파했다.
그러나 콩코드는 여객기로서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날렵하게 설계되는 바람에 100명의 승객밖에 태우지 못했다. 또 다른 여객기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연료가 들었고, 이착륙 때 나는 엄청난 소음으로 주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제작비도 너무 비싸 총 제작 대수는 20대에 불과했고, 비싼 요금 탓에 부유층이나 상류층 인사가 아니면 이용하기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0년 7월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가 파리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11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9·11테러 이후 승객 수요가 더욱 줄어들자 브리티시항공과 에어프랑스는 2003년 4월 비행 중단을 선언했다.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는 그해 5월 31일 마지막 상업 비행을 했다.
미국도 갖지 못한 초음속 여객기라는 이유로 영국과 프랑스 국민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 줬던 콩코드는 현재 양국과 미국의 항공박물관 등에 뿔뿔이 흩어져 전시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