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뉴욕 유엔본부 내 서점에서 영문 회고록 ‘9·11의 그림자를 넘어서-유엔총회에서의 1년’ 출판 사인회를 가진 한승수 전 유엔총회 의장(왼쪽)과 당시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가운데는 한 전 의장의 부인 홍소자 여사. 사진 제공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한국인으로 첫 유엔총회 의장(2001년 9월∼2002년 9월)을 지낸 한승수 전 의장이 당시 경험을 담은 영문 회고록 ‘9·11의 그림자를 넘어서-유엔 총회에서의 1년’을 출간했다.
22일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내 서점에서 유엔 관련 인사들과 외신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고록 출판 사인회에는 당시 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지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한 전 의장은 취임 첫날부터 쓰기 시작한 4권의 일기를 바탕으로 책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책에 나타난 그의 임기 출발은 사뭇 극적이다. 2001년 9월 11일 총회에서 의장으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었던 한 전 의장은 이날 오전 8시 반경 유엔본부 내 식당에서 열린 조찬기도회 참석 중 반기문 비서실장이 건넨 메모를 받아들었다. 메모에는 ‘세계무역센터가 불타고 있습니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2차 목표가 유엔본부라는 정보가 알려지면서 전 유엔 직원이 긴급 대피했고, 총회는 다음 날로 연기됐다. 이에 따라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총회 의장이 만 하루 동안 공석이 됐다.
그 뒤에도 의장 시절 1년은 위기관리의 연속이었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테러 발생 다음 날인 12일 총회에서 9·11테러 규탄 결의안을 도출했다. 그는 “유엔총회 의장을 맡게 된 뒤 자료를 살펴보아도 총회 의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 정리해 놓은 게 없었다”며 “이런 경험을 되새겨 책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전 의장은 현재 유엔기후변화 특사로 활동 중이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